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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무연고 사망자 6139명…국가 공식통계 없어 대안 마련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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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무연고 사망자 6139명…국가 공식통계 없어 대안 마련 차질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9.07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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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지자체 재량…파악 안 되는 정보도 있어
공영장례 제공 등 복지에도 지역별 격차 존재
▲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시민 추모식에서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정성환(21)씨가 대신 읽을 이해름씨의 추모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시민 추모식에서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정성환(21)씨가 대신 읽을 이해름씨의 추모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만 전국에서 약 6000명이 무연고로 사망했지만, 국가가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발표하는 통계는 없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대안 마련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6139명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됐다. 이들은 ▲연고자가 없거나(1071명, 17%)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386명, 6%) ▲연고자가 위임하는(4682명, 76%) 이유로 무연고 사망자가 됐다.

사망자는 대개 남성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4544명(74%), 여성이 1410명(23%)이었고, 나이나 성별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도 185명(3%)이나 있었다. 나이대로 보면 고령이 많았다. '70세 이상' 2546명(41.5%), '60~69세' 1931명(31.5%), '50~59세' 1033명(16.8%)이다. 0세부터 49세인 사망자도 444명으로 7%를 차지했다.

5명 중 1명에 달하는 1318명(21.5%)은 의료기관이 아닌 '주택'에서 사망했다. 연고자가 없었을 경우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부패 등의 이유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의 비율도 낮지 않았다. '기타 및 불상' 898명(14.6%), '정보 없음' 524명(8.5%) 등으로 전체의 23.1%를 차지했다.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인 집에서 어떻게 죽어갔는지 모를 누군가가 매일 있다는 뜻이다.

무연고자가 병이 발생해 사망하는 데는 사회 연대 부족 등 사회 구조적 원인도 있다. 병으로 사망한 무연고자가 4438명(72.3%)이나 되는 점에서 사회 연대 부족이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내국인보다 사회적 관계가 적었을 확률이 높은 외국인도 160명(2.6%)이었다. 80명(1.3%)은 국적을 알 수 없었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처리'는 각 기초 자치단체에 맡겨져 있어서, 국가 통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사회는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중 185명에 대한 성별과 나이를 알 수 없고, 725명(11.8%)이 어디서 영면을 맞이했는지 모르며, 524명이 죽음에 이른 이유는 베일에 가려졌고, 80명은 국적을 영원히 알 수 없게 됐다.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을 막기 위해서나 떠나간 이를 추모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복지부는 ▲고인의 가족관계 ▲무연고 장례 위임자와 사유 ▲거주지 유형 ▲사망 발견자 ▲장애 유무 ▲수급자 대상 여부 ▲공영장례 제공 여부 ▲장례식장 참여자 등을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자료에 미기재된 내용은 정보를 수집 중인 경우이거나, 신원확인이 어려워 양식을 모두 기재할 수 없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무연고 사망은 사회로부터의 단절이 남긴 조용한 비극"이라며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애 유무, 수급 자격 여부 등 주요 정보를 포함해 정보 수집 항목을 확대하고, 이를 반영해 기존의 관리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2013년 이후로 '무연고 시신 등의 장사 매뉴얼'을 장사업무안내에 포함해 지자체에 배포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기초자치단체장이 무연고자에 대한 ▲인수 거부·기피 사유 ▲일반·수급 ▲국가유공자 여부 ▲장례의식 여부 등 정보를 관할 시·도지사에게 보고하고, 시·도지사가 누락되지지 않게 확인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법정 의무 사안은 아니다.

장사시스템을 통해 전국적으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정보가 모이지만, 무연고 사망자 '처리'와 정보 기입 자체가 지자체 재량에 맡겨진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무연고 사망자에게 제공되는 행정 복지도 지역마다 다르다.

지자체마다 예산이 다른 게 첫째 이유다. 장례는 돈이 든다. 한 장례업체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삼일장을 치를 때 최소 1173만원에서 최대 2260만원이 든다.

빈소 유지 시간이 늘어날수록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복지부가 지자체에 배포하는 매뉴얼에는 "품격 있는 장례처리 등을 위해 무연고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을 적정하게 산정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예산만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모든 지자체에 화장시설, 장례식장, 봉안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전국에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화장시설은 58개소, 장례식장은 351개소, 봉안시설은 268개소가 존재한다.

전국 시군구 229개 중 10곳은 화장한 유골을 보관하는 봉안시설이 없으며, 172곳은 화장시설이 없어 관외 화장 비용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기초자치단체 7곳은 공영장례를 위한 장례식장 자체가 없다.

마지막으로 기초자치단체별 조례에서 오는 차이다. 자치단체 73곳에는 공영장례 매뉴얼이 없었으며, 27곳은 지원 실적을 관리하지 않았다. 45곳은 빈소 유지 시간을 제출하지 않았다.

제출된 184곳 빈소 유지 시간을 보더라도 지역별로 1~168시간까지 차이가 컸다.

전문가는 공영 장례가 제공되는 상황 자체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면서도 바뀔 부분이 많다고 평했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그 추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정보공개청구나 의원실 요청을 통해 보건복지부에서 취합하는 전국 통계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읽어내기 어려워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령대, 성비와 같은 기본 자료는 있다"면서도 "가족관계, 위임자와 사유, 장례식 참석자, 공영장례 제공 여부, 사망 원인과 같은 내용이 있어야 어떻게 무연고 사망자가 되었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유의미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공영장례 조례를 과반이 넘는 지자체가 다 만들어놨지만, 여태까지 제대로 된 전국 실태조사조차 한 적 없다"고 지적했다. 나눔과나눔이 파악하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보다 복지부가 제공하는 자료에서 그 수가 적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통계 신뢰성을 더 높이기 위해 공영장례 평가 지표로 ▲부고 접근성 ▲적절한 시공간 제공 ▲시민 참여 독려가 들어가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 교수도 "지금 실태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건 사실"이라며 "그냥 사망자 수만이 아니라 조금 더 분석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정보가 나와야 정책적인 대안이나 장기적 대응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이런 무연고 장례 책임이 지자체장에게 있다 보니 중앙 정부에서 통제할 방안이 지금으로서는 요연하다"며 지인들이 인사할 수 있는 시·공간과 이를 위한 인력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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