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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방안’ 빠진 ‘성장 회의’, 추락한 잠재성장률 ‘반전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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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방안’ 빠진 ‘성장 회의’, 추락한 잠재성장률 ‘반전 대책’ 내놔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9.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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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趨勢)를 반전시킬 ‘국가 성장 전략’을 논의하며 “잠재성장률이 대체로 한 정권마다 1%포인트씩 추세적으로 하락했다.”라며 “우리 정부는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첫 정부가 돼야 한다.”라고 했다. KTV를 통해 생중계된 가운데 그 해법으로 “적극 재정과 생산적 금융을 양대 마중물 삼아 신기술·혁신지원·규제개혁·산업재편·인재양성 등을 포괄하는 범정부 종합대책을 신속히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두 법의 목적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노사 상생을 촉진해 전체 국민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라고 말하며,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존재할 수 있고, 노동자의 협력이 전제돼야 기업도 안정된 경영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8일 밝힌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 │ 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성장률)이 올해 1%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2030년대 1% 초반, 2040년대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평균 1.5%에 그치며, 15년 뒤에는 0% 안팎으로 추락한다는 암울한 전망과 함께 2047년쯤 마이너스(-)로 전환해 역(逆)성장할 것이라는 경고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반전은 국가개조 수준의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확 바꾸지 않고는 가당치 않다. 이 대통령은 “적극 재정과 생산적 금융을 양대 마중물 삼아 신기술혁신과 산업재편 등을 포괄하는 범정부 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하겠다”라고 했다. 잠재성장률 반전 없이는 앞서 언급한 소비 쿠폰 등과 같은 정책도 반짝 효과에 그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정은 과감한 규제 완화와 노동·교육·공공 개혁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전략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일·방미로 외교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성장 동력 창출에 매진한다는 목표다. 특히 국민과 각 부처의 경제성장 전략 보고를 공유해 협조를 끌어내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7월 산업생산과 소비, 설비투자 증가를 언급한 뒤 “현장 민생과 직결된 소매판매의 경우 소비 쿠폰 지급에 힘입어 2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재정 투입이 국민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현장에서 증명됐다.”라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잠재성장률 추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전을 위해 적극 재정과 생산적 금융을 통한 종합대책 필요성을 강조한 이 대통령은 노사 간 상생도 주문했다. 이어 “새는 양 날개로 난다.”라며 “어느 한 편만 있어서 되겠냐. 노사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 모두가 상호 존중과 협력 정신이 더욱 발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제약에도 얽매이지 말고, 과감한 해법을 준비하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에서 과감한 성장 전략이나 잠재성장률 ‘반전 대책’은 실종되고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돈 풀기’와 기업 활력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노동권 강화’ 목소리만 더 커 보였다.

지난 30년간 ‘5년 1% 하락의 법칙’이 작동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내리막을 걸어온 것은 사실이다. 새가 양 날개로 날 듯이 기업과 노동이 둘 다 중요함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소뿔을 바로잡자고 소를 잡는, 소위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소’는 기업을 빗댄 것이다. 노동계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면서 자칫 경제성장의 중심인 기업 사기가 꺾이는 일이 없게 잘 살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불법 파업 조장 우려가 큰 ‘노란봉투법’은 6개월, 경영권 침해 소지가 큰 상법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지만 산업 현장은 벌써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프로젝트의 핵심인 HD 현대의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HD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계열사 합병 등에 반발해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하청 노조원이 원청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와 손자회사 6곳 노조는 손자회사의 교섭 결렬에 원청인 네이버에 책임을 묻겠다고 집회를 열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파업이 확산하고 있고 구조조정이 시급한 석유화학·철강 등의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하청 노조의 원청교섭을 허용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투자에 유의하라는 ‘자해적 공시’까지 나오고 있는 최악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발등의 불로 급박(急迫)하게 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6단체는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며 보완 입법을 읍소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사업장 점거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허용 등이 포함된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재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정은 이에 따라 추후 「상법」 개정안에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배임죄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배임죄로 기소된 연평균 인원이 무려 965명으로 일본 31명보다 무려 31배나 많았다. 배임죄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탓과 무관치 않은 만큼 배임죄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처벌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법상」 배임죄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처벌을 완화하는 것뿐 아니라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노란봉투법’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더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이나 노조의 주요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 방어권을 인정하는 입법도 적극적으로 서둘러 검토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잠재성장률은 시장에 투입되는 노동·자본의 양과 질, 기술과 경영의 혁신, 사회적 제도와 법에 영향받는 ‘총요소생산성(TFP)’에 의해 좌우된다. 노동·자본의 양이 많고 생산성 또한 높으며, 기술과 경영의 혁신 속도가 빠를 때 올라간다. 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 더 많은 성과가 배분될 수 있게 사회적 인센티브(Incentive) 제도가 정착돼 있을수록 성장률이 오른다. 성장률 제고엔 특히 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오는 2026년에서 2030년에는 1.6%, 2031년부터 2035년에는 1.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경제 주평 ‘잠재성장률 3% 달성의 걸림돌과 극복 방안’이란 제하의 보고서에서 “자본과 총요소생산성 기여도도 하락추세를 지속하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라며, 공급망 등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0년간 ‘5년 1% 하락의 법칙’이 작동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내리막을 걸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성공한다면 역대급 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15배나 크고 천문학적 쌍둥이 적자(재정·무역)에 허덕이는 미국이 한국 경제보다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엔비디아(NVIDIA)’, ‘오픈 AI(Open AI)’ 등 혁신역량을 지닌 기업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어서다. 결국은 기업을 뛰게 해야만 성장률 하락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자·주주 이익 확대와 함께 노동 유연화 등 구조조정을 병행해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서둘러 다져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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