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협력 강화에 북중러 결속으로 대응하며 ‘반미 전선’ 구축

3일 중국 전승절(戰勝節·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열병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필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선 것은 신냉전 체제 하에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를 연출하고자 한 노림수가 깔렸다고 분석된다. 북중러 삼각 연대로 한미일 삼각 공조에 대응하는 세력 균형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날 천안문 망루에서 주목할 만한 상징적인 장면은 시 주석의 왼편에 김 위원장이, 오른편에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서로 친밀감을 드러낸 것이다. 1959년 중국 국경절 열병식 때 김일성 주석·마오쩌둥 국가주석·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가 천안문 망루에 선 적은 있지만, 냉전 종식 이후 북중러 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올해 전승절 행사가 예년처럼 군사력을 과시하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국제 정세에서 중요한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전승절을 기념하면서 자국의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며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한미일 대 북중러 간의 대립 구도를 전략적으로 부각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전승절 열병식에서 최신형 무기와 첨단 전투기, 미사일을 대거 공개하는 등 군사적 과시는 자주국방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이면에는 현재 중국이 처한 안보적 위기감을 반영하는 동시에 미국을 구심점으로 한 한미일 공조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한미일 협력이 3국 연합훈련 등 군사적 연대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군사 목표의 최우선에 대(對)중국 견제를 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강화에 전력하고 있다. 또 일본은 제2차세계 대전이후 군국주의 부활 통제 수단이었던 헌법 개정에 나서는 등 각종 족쇄를 풀고 재무장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미·일 순방을 계기로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3국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자, 중국은 전승절을 기점으로 러시아·북한과 다시 밀착, 전략적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사실상 '반미(反美) 전선'을 구축하고 한미일 연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외교적 압박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북중러 이 세 나라는 대체로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대한 반발로 결속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북중러 3국의 결속 배경에는 미국을 견제하면서 경제 제재 등을 완화하려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중국의 혈맹으로 전통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측면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였다. 최근에는 북한이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러경중'의 균형 외교 전략을 펼치면서 한동안 소원했던 북중 관계 복원을 통해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로서는 중국과의 연대 강화로 우크라이나전 계기 서방의 경제제재 등을 해소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승절 전부터 푸틴 대통령이 직접 중국을 찾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등에 적극 참여하며 공을 들인 것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의 타개책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북중러 결속은 미국 트럼프 정부 체제가 들어서면서 균열이 간 다자주의에서 3국 간 협력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고 자국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