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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 17년만에 공동발표문…과거 빼고 미래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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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 17년만에 공동발표문…과거 빼고 미래만 담았다
  • 뉴시스
  • 승인 2025.08.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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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 협력 맞손…공동 이익 위해 함께 협력”
이시바 ‘DJ-오부치 선언’ 언급…‘과거사’ 의제선 제외
‘셔틀외교’ 재개…6월 캐나다 이후 2개월만 두번째 회담
방미 앞서 방일…李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에 의견을 같이하며 정상 간 ‘셔틀외교’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문’도 채택했다. 한일 정상이 문서 형태로 합의된 공동 결과를 발표한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17년 만이다. 한일 정상이 수교 60주년을 맞아 관계 강화 방침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공동 과제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라며 두 나라의 긴밀한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건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선언에는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명기돼 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강제징용 등에 대한 직접 사과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와 미래 의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두 정상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파트너인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 환경 등 제반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고 도움이 되는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문제 협력을 위한 당국 간 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경제 분야와 관련해 의제 가능성이 거론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사안이나 북극 항로 개척을 중심으로 한국·미국·일본·러시아·북한이 협력하는 방안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 기조 속에 과거사 문제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8년 발표된 이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고 표명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강제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한일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는 방식으로 절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이 요구해온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도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 등을 이유로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등에 대해 수입 규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일 협력의 선순환 모멘텀을 활용해서 과거의 문제에 대해서도 유연하고 전향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일본 측의 전향적 입장 변화가 가능토록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일은 이 대통령 취임 후 2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양자 방문외교로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본격화하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대통령이 다자 회의 참석을 제외하고 양자 외교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한 것은 처음이다.

한일 정상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약 2주 만에 캐나다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데 이어, 2개월 만에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됨으로써 양국 간 셔틀외교가 조기에 재개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이 한일 정상 ‘셔틀외교’의 새 출발점이 되면서 기존 정부보다 잦은 대면이 이뤄지는 결과로 이어질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역내 전략 환경 변화와 최근 새로운 경제·통상 질서 하에서 양국 간에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안보·경제안보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정상 및 각급 차원에서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일 정상의 협력 관계 구축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미국발 새로운 무역·통상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과의 첫 정상회담에 앞서서 일본부터 방문한 점도 주목된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한미일 안보 협력에 공을 들이는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을 먼저 찾아 한일 관계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일관계 및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의지를 과시하려는 전력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회담에서 일본과 미국을 연계 방문하게 된 것은 한일, 한미일 협력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은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협력을 확대해 한일관계의 발전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계속 만들어 나가자고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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