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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에 빠진 제조업 대책·금융 개혁, 제조업경쟁력·금융정책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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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에 빠진 제조업 대책·금융 개혁, 제조업경쟁력·금융정책 방안은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8.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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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8월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 5년의 국정 청사진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 아래 3대 국정 원칙, 5대 국정 목표, 123대 국정과제를 광범위하게 두루 담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이자 설계도이며 나침반으로 향후 국정운영의 기본 철학이자 평가 기준으로 국가 정상화와 도약을 향한 국민적 열망과 역사적 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진흥 대책이 빠져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주력 제조업 상당수가 글로벌 공급 과잉 등 산업 여건 변화로 큰 위기를 맞았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야는 석유화학이다. 중국발 저가 공세의 직격탄을 맞은 여천NCC는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각각 1,500억 원씩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구조개혁 없이는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철강 산업도 중국·인도·일본·미국·유럽연합(EU)까지 가세한 수출 경쟁 심화와 미국의 품목별 관세 50% 적용으로 휘청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5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의하면 올해 하반기 13대 주력산업은 정보기술(IT),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산업 수출의 양호한 성장에도 미국의 고관세와 대외환경 불확실성 증가, 해외 생산 확대 등 부정적인 요인으로 수출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자동차 생산은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수출 감소와 해외 전기차 전용 생산설비 가동 본격화에 따른 수출 물량 대체로 4.3% 감소, 2년 연속 생산 위축이 우려된다. 철강 역시 건설, 자동차 등 주요 수요산업 부진 및 수출 감소 영향으로 연중 생산이 2.0%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도 2010년대 국가별 생산량 5위에 달했으나 근래 인도와 멕시코 등 신흥국의 생산 증가로 7위로 밀려났다. 그만큼 국내 산업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는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반도체 산업도 엔비디아(NVIDIA)·TSMC 등이 위력을 떨치면서 초격차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 제조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정책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한다.’라는 이른바 ‘마가(MAGA │ 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이다. 초강대국 미국조차 제조업 부흥 없이는 국가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고 보고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조선 등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물론 이번 발표된 국정과제에 반도체·자동차 수출 확대가 포함되긴 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라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의‘아누슈카 샤(Anushka Shah)’ 이사 등 연례협의단과 만나 한국경제 상황과 주요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무디스는 이 자리에서 “고령화 등 한국 인구구조 변화가 중장기 재정 여력에 미치는 영향”을 질의하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새 정부 기조 속에서 재정 건전성 유지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잠재성장률 제고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결국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대목은 이번에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100조 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는 것 자체는 좋다. 그러나 AI조차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쓸모가 크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이 실험실의 연구를 넘어 AI를 로봇 등 실물에 접목한 ‘피지컬(Physical) AI’ 제품을 잇달라 내놓는 것도 제조업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 토대가 허약해선 AI 기술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제조업은 중국의 기술 굴기와 미국의 ‘관세 폭탄(Tariff bomb)’에 대응하는 것도 버거운 형편이다. 그 와중에 경영권에 다소 부담스러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3조 개정안)’과 채찍 일변도로 강력한 ‘산재 사망’ 사고 규제로 기업들은 더욱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부터 조기 불식시켜야 한다. 정부는 0%대 저성장의 수렁으로부터 조기 탈출을 위해서라도 정상화를 위한 규제 정책을 조속히 완결하고, 서둘러 기업 투자 활성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국정과제가 장밋빛 계획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그에 걸맞은 수단과 환경도 제공돼야만 한다. 미국이 높게 평가하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제조업경쟁력이란 점을 결단코 잊어선 안 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명하고, 금융감독원장에는 이찬진 변호사를 임명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날 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에서 조직 해체가 거론되던 금융위원회의 새 수장까지 지명하자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방침을 밝혔는데, 그 약속이 바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 조속히 이행되길 바란다. 우리나라 금융은 금융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데서부터 많은 문제가 잉태되고 양산됐다. 두 정책은 모두 금융위원회의 권한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이를 수행하는 하부 조직에 불과하다. 역대 정부는 금융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금융산업을 육성하고자 과도한 규제 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금융감독이 이를 제대로 견제해 균형을 잡는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거도 부인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금융회사 건전성이 손상되거나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되고,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보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경제 최대 리스크(Risk)인 가계부채 누증(累增)이 대표적 부작용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20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 7,000억 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2조 8,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생산적 금융’과 ‘포융 금융’ 등의 국정과제 추진을 강조했다. 포융 금융이란 금융소외계층에게도 금융서비스 제공 기회를 넓히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서민 경제와 거시적 상황이 모두 어렵다. 또 ‘관세전쟁’과 ‘인공지능(AI) 기술전쟁’ 등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면, 인구 감소와 저성장 고착화, 양극화 등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억원 후보자는 “서민·소상공인·금융시장 참여자 등 목소리를 경청하고 치열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둔 개방적 자세로 변화를 이끌겠다.”라면서도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서민·소상공인·금융 약자를 위한 포용금융 강화,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과 활성화 등 새 정부 금융 국정과제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지난 8월 14일 취임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모험자본 공급 펀드와 중소기업 상생지수 등을 도입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라며 “금융 부문의 안전한 인공지능(AI) 활용과 디지털 자산 생태계 육성에 관한 법·제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찬진 원장은 ‘포융 금융’을 언급하면서 “금융권 채무 조정 활성화와 대출 부담 경감 프로그램 확대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융 안정의 경우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을 거시경제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역점을 더 둘 가능성 지속이 앞으로도 높아 보인다. 다만, 금융감독은 고도의 전문성과 함께 철저한 독립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정치권과 금융계에 뿌리 깊게 파고든 기득권력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독립성을 견지한 채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매진(邁進)해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감독체계 자체를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개편해야만 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해 “가능성은 모두 다 열려 있다”라고 말해 개편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역대 정부 사례를 들여다보면 정부 조직개편은 정권 초에 하지 않으면 동력이 떨어져 추진이 힘들었던 만큼 조속히 로드맵을 발표하고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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