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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에 ‘수출·일자리 쇼크’ 기업의 투자 유도책만이 유일한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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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에 ‘수출·일자리 쇼크’ 기업의 투자 유도책만이 유일한 해결책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8.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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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역사상 인류 문명을 규정해 온 세 개의 위대한 체제가 동시에 근본적 도전에 직면했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Westfälischer Friede)’으로 시작된 영토적 주권(Territorial sovereignty), 법적 평등(Legal equality), 내정 불간섭(Non-interference)원칙이 작동하는 ‘주권 국가 체제’,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Bretton Woods Agreement)’으로 구축된 전쟁 이후의 세계 경제 혼란을 막고, 안정적인 국제경제 질서를 만들기 위한 ‘국제 금융 질서’, 그리고 1995년 전 세계적 무역 질서를 관리하고 국가 간의 무역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창설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모두 역사적 위기의 대전환점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대 시장을 가진 미국이 자유무역주의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종식을 공식화했다.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8월 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세계 각국과 벌이는 무역 협상을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로 부르며 WTO를 대체할 세계무역 질서로 규정했다. 또한, 미국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WTO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철저히 감시하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겠다.”라며 보다 강경한 자세를 드러냈다. 바야흐로 신(新) 보호무역 시대의 시작이다. 그동안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세계무역의 패러다임(Paradigm) 변화에 따른 새로운 성장 전략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유무역의 종언(終焉)을 고한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31일(미국 시각 7월 30일) 미국은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당초에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투자, 1,000억 달러 LNG 구매 등의 무역 합의를 끌어내며 극적인 타결을 일궈냈다.

하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가 우리 수출과 일자리 전선에 동시다발적 충격을 주고 있다. 관세 폭탄에 내수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불안에 휩싸인 기업들이 채용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902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2,885만 7,000명보다 17만 1,000명(0.6%↑) 증가했다.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제조업·건설업과 청년층의 고용 부진으로 두 달 연속 10만 명대 증가에 그쳤다. 청년(15~29세) 취업자는 363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379만 1,000명보다 15만 8,000명(-4.16%↓)이 줄어들었고, 고용률은 45.8%로 전년 동월 46.5%보다 0,7%포인트 줄어들며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출은 상호관세가 25%에서 15%로 낮춰지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 8월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총 수출액이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해 작년보다 1.9%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를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은 15% 상호관세 적용 시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0%인 126억 달러(약 17조 4,300억 원)가 감소하고 총수출은 1.9% 줄어들 것이라 분석했다. 당초 25% 관세 부과 시나리오에서 산업연구원이 예상했던 감소율 15%보다는 5%포인트가량 완화됐지만,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1,278억 달러(약 176조 8,400억 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하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와 볼트·너트 등 50%의 품목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이 다수 포함된 기계류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실적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총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8.7%에 이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미국의 대한국 15% 관세를 기준으로 추정한 총수출 감소율은 1.9% 수준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월 12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한국 경제는 0.8% 성장에 그칠 것”이라 밝혔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의 예상안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특히 올해 수출 증가율은 2.1%로 전망되며 지난해 6.8%에 비해 크게 둔화한 모양새다. 하반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관세 영향 때문이다. 다만 이와 관련한 대외 여건은 기존 전망 때와 유사한 수준이다. 당장 철강·자동차·기계·전기·전자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이 된다. 관세 폭탄 리스크는 제조업 일자리 축소로 직결될 수 있다. 관세 피해나 대미(對美) 투자 확대는 해당 기업뿐 아니라 연관 산업의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철강 제품의 파생 관세로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은 기계 업종은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높아 벌써 고용 축소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방심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특히 정부는 미국의 고율 관세 폭탄으로 인한 ‘수출·일자리 쇼크’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관세 폭탄과 중국의 과잉생산에 시달리는 철강·석유화학 등 ‘레드오션(Red Ocean │ 경쟁자가 많아 포화 상태가 된 시장)’ 산업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국내 산업 공백을 메울 투자 유도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미국으로 향하는 반도체·2차 전지·전기차 등의 신규 투자를 대신할 연구개발(R&D)과 생산 시설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특히 첨단 기술, 양자 컴퓨팅, AI 분야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연관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시설 이전형’이 아닌 ‘현지 창출형’ 투자에 집중하는 정부의 조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참으로 중요하다. 특히 대미(對美) 투자가 이제 우리의 ‘전략 자산’이 되었다. 정부와 기업의 주도면밀한 협의와 조율이 따라야 한다.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여야만 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이 오는 8월 25일로 확정되면서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통상 분야 의제에도 관심이 크다. ‘마스가(MASGA │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프로젝트로 명명한 한·미 조선 산업 협력 사업을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의 논의 향배도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기대한다. 수출과 일자리를 지키는 해법은 결국 기업의 투자임을 명심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환경을 개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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