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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막가파'…일하는 노인 울리는 풍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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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막가파'…일하는 노인 울리는 풍조
  • 조명규 기자
  • 승인 2014.04.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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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인에게 욕을 하는 '막말남·막말녀' 동영상이 연이어 올라와 많은 시민의 공분을 샀다. 이 같은 노인 경시 풍조는 이미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강원 춘천시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65)씨는 손님을 맞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생계와 적적한 노년생활을 극복하고자 주유소 일을 시작했지만 아들·손자뻘 되는 손님들에게 막말을 듣거나 무시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기가 고장 나 결제가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손님은 이유도 묻지 않은채 "아저씨 카드 결제할 줄 아세요?"라며 김씨를 다그치고 짜증을 부렸다.

금융권에서 일하던 김씨는 카드기 작동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손에 들린 기름 주유기를 보면서 입을 닫았다. 노인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의 강도보다 (노인)편견어린 시선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이 나이에 주유원으로 일할지. 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또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모(67)씨는 "노인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젊은 사람들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일한다"며 "이 나이에 한소리 듣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원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노인학대사례(영서지역) 현황을 살펴보면 학대신고는 2011년 260건, 2012년 267건, 2013년 282건으로 조사됐으며 상담건수는 2011년 1875건, 2012년 1975건, 2013년 2186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체적, 사회적 상실감을 겪는 노인들은 정서적 학대로 인해 자아정체성의 위기는 물론 우울증까지 겪을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자살을 선택할 확률까지 높아진다고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강원도노인보호전문기관 박종팔 관장은 "우리나라는 노인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본인이 행하는 인권침해 행동들이 사회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기부터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관심과 존중, 배려의 자세를 위한 가정 및 학교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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