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자에 대한 법정형 상한에 비해 권고 형량 범위가 낮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오후 사기 범죄·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대상으로 '양형기준안에 대한 제20차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공청회에선 성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 범위를 상향하자는 전문가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선미화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경정은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성범죄자의 사회적 격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음에도 법정형 상한에 비해 권고 형량범위가 전반적으로 낮다"며 "권고 형량 범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현주 변호사는 "피보호·피감독자 간음은 보호법익 및 행위의 태양 등에 있어 추행범죄와 엄연히 구별되므로 권고 형량범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보호·피감독자 간음의 권고 형량범위가 그 행위태양, 유사 범죄의 양형기준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다"며 "권고 형량범위의 상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동종 전과'의 범위에 디지털 성범죄, 약취·유인·인신매매범죄, 성매매범죄를 포함하고, 신설된 성착취목적대화죄에 대한 양형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울러 집행유예 참작 사유 중에 '사회적 유대관계'를 삭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사람이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성폭력에서 사회적 지위와 자원을 이용하는 경우를 방면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양형위는 공중밀집장소 추행, 피보호·피감독자 추행·간음죄를 성범죄 양형기준의 설정대상 범죄로 새롭게 추가했다.
양형위의 권고 형량범위안에 따르면 공중밀집장소 추행을 한 경우 기본 징역 6월~1년을 선고할 수 있다. 다만 감경 사유가 있을 경우 징역 8월까지, 가중 사유가 있을 경우 징역 10월~2년까지 형이 권고된다.
또 피보호·피감독자 추행 범죄의 경우 최대 징역 2년까지, 간음 범죄의 경우 최대 징역 2년6개월까지 형을 내릴 수 있도록 권고한다. 이와 함께 성범죄 참작 사유인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에서 '공탁 포함'이란 문구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한 경우 최대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정한 동물보호법위반죄 양형기준안에 대해선 신속한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동물보호법위반범죄 양형기준 마련은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상당히 신속한 대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동물학대 행위를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을 판매·전시·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도 양형 기준 설정 범위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범죄 유형을 피해동물이 죽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분류한 한 것은 피해 결과 중심으로 단순화한 것이고, 온·오프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유형 분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직적 사기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사기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대해선 엄중한 처벌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했다고 평가가 나왔다.
다만 정유철 변호사는 "형량의 강화가 바로 범죄예방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소요되며, 사기를 (보통 동기) 살인과 유사하게 처벌하는 것이 우리 사회구성원의 일치된 의견인지 의문"이라며 "권고 형량범위의 상향이 소위 '형량 인플레이션 현상'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양형위는 다음 달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실제 양형기준에 반영해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