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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량’ 존중해온 헌재…검수완박엔 어떤 결론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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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량’ 존중해온 헌재…검수완박엔 어떤 결론 낼까
  • 뉴시스
  • 승인 2022.06.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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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문제’ 지적해도 “법 무효”는 없던 헌재
검수완박선 ‘위장탈당·회기쪼개기’ 문제 돼
▲ 미국 출장 가는 한동훈 장관. /뉴시스
▲ 미국 출장 가는 한동훈 장관. /뉴시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어떤 판단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5월과 이달 27일 국민의힘과 법무부가 각각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심리 중이다. 그동안 헌재가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을 두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통과된 법이 ‘무효’라는 판단을 내린 사례는 찾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9년 ‘미디어법’에 관한 권한쟁의심판이었다. 당시 헌재는 법안에 대한 질의·토론 등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야당 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보면서도 법이 무효라고 판단하진 않았다. 헌재의 심판은 입법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상 문제를 확인하는 것에 그쳐야 하며, 그러한 문제를 이유로 법을 무효로 보긴 힘들다는 등의 이유였다.

지난 1997년에는 여당 의원만 출석한 상태에서 법안이 처리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당시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에게 본회의 개의일시를 적법하게 알리지 않아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헌재는 그로 인해 통과된 법이 무효라는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전례와 달리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상 문제는 더욱 심각해 법의 효력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에서 문제 삼는 부분은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다. 입법 과정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돌연 탈당한 것은 사·보임의 실패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여하는 비교섭단체 몫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당 출신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사·보임으로 합류시키려 했다. 그런데 양 의원이 법안에 반대 견해를 내비치자 민 의원을 탈당시켜 비교섭단체 위원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만약 사·보임만으로 입법이 진행됐다면 헌재는 문제 삼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2020년 검·경 수사권조정 등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두고 사·보임은 국회의 효율적 운영에 필요한 절차라고 했다.

이번에는 다수당 의원이 소속을 바꿔 안건조정위에 참여함으로써 소수당이 의견을 낼 기회가 사라졌으므로 안건조정위 제도 취지에 반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회기 쪼개기’의 경우에도 외견상 국회법 규정을 활용한 듯하지만, 회기 단축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사실상 강제종료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절차상 문제가 인정돼도 헌재가 법의 효력까지 판단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헌법소원심판이나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와 달리 권한쟁의심판에서 청구인의 주장이 인용되려면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참석한 상태에서 과반수의 찬성만 있으면 된다.

즉, 이번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5명이 검수완박의 입법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봐 인용 결정이 내려져도 통상적인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족수(6명)에는 미치지 못하게 된다.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족수는 정확히 몇 명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도 결정례도 없는 상황이다. 헌재가 검수완박법을 무효로 결론내리기 위해선 선례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따르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입법 과정상 드러난 절차가 심각하더라도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족수와 달라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동기로, 이런 절차로, 이런 내용의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을 대한민국 헌법이 허용하는 것인지를 국민과 함께 헌재 절차에서 진지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변론에 출석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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