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 펀드'로 불리는 구재상 K클라비스 대표가 국내 증시가 내년에는 박스권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지내며 한때 7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할 정도로 한국증시의 대표적인 '큰 손'으로 꼽혔다. 그는 박현주 회장을 도와 미래에셋르네상스를 이끌었지만 지난해 11월 돌연 부회장에서 물러났지만 올 6월 투자자문사 'K클라비스'를 설립, 자산운용업계로 돌아왔다.
구 대표는 지난 5일 여의도 K클라비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내년에는 상승장이 올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각종 변수 때문에 박스권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상승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증시는 매력적인 시장이고, 내년 기업들의 이익 전망도 꽤 괜찮다"며 "최근 상승했으니 잠깐 쉬어갈 수 있겠지만 믿음을 갖고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들어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이 애정이 많이 식었지만 '어려울 때가 기회'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며 "오른 다음에 애정을 가지면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구 대표와의 일문일답.
- 잠시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
"7개월 정도 쉬었는데 미술사를 배웠고, 시도 쓰고, 여행도 다녔다. 여유를 갖고 일하기는 힘든 직종이다보니 평생 쉬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정말 푹 쉬었다. 휴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 'K클라비스'의 K는 한국(Korea)을, 클라비스는 열쇠를 뜻한다고 들었다. 투자자문사 대표로 독립했는데.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운용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물론 미래에셋도 (박현주 회장 등과) 같이 만든 회사지만, 어느 순간이 되니 역할을 다한 것 같았다. 늦은 출발이지만 첫 경험은 아니니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의미있고 신뢰받을 수 있는 운용사를 만들고 싶다. 회사를 차린 지 석달 가까이 됐는데 현재 2000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객이 맡긴 돈에 대해 10%이상의 수익을 냈다. 고객들은 긍정적으로 봐주는 것 같다."
-우리투자증권과 손을 잡고 K클라비스의 이름을 단 상품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자문사이다 보니 상품에 한계가 있다. 첫 시작이니까 지금은 '1인 자문'을 많이 하고 있다. 랩상품도 있다. 주식과 헤지펀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회사를 어느 정도 키워낸 후 운용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른 운용사를 인수하는 방법도 염두에 두고 있다.
- 수십조원을 운용하며 '미스터 펀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본인만의 투자원칙이 있다면 무엇인지.
"첫째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시장을 보자', 둘째가 '리스크를 관리하자', 셋째가 '실수는 작게 만들자'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장기적 시각에서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봐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시각이나 분석이 틀렸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수정해야 한다."
- 국내 증시는 수년째 박스권 내에서 오르내리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금의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내년에는 상승장이 찾아올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증시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7, 8, 9월 석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4조원 이상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내년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이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 신흥국 중에서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적자가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고, 브라질, 러시아 역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 중국, 한국, 멕시코, 대만 등이 남는데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봤을 때 국내 시장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좋고, 경상수지와 환율 등이 안정적이다. 좋은 기업들도 많다. 외국인들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을 주로 사고 있다. 조선업도 향후에는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해준다면.
"우리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애정이 많이 식었다. 실망이 크겠지만 어려울 때가 기회다. 오른 다음에 애정을 가지면 소용이 없다. 최근 상승했으니 잠깐 쉬어갈 수 있겠지만, 믿음을 갖고 투자할 때다. 내년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꽤 괜찮다.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연말까지는 각종 변수가 있으니 박스권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박스권을 이탈해 상승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둬야 할 업종이나 종목을 추천해달라.
"IT,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괜찮게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 여러가지 신성장 산업, 헬스케어 등의 주가 흐름도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