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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보장' 양건 감사원장 辭意…'4대강 감사' 후폭풍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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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보장' 양건 감사원장 辭意…'4대강 감사' 후폭풍 때문?
  • 이원환 기자
  • 승인 2013.08.2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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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감사원장이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은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급작스러웠다.

이 때문에 양 원장의 사퇴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지만 '4대강 정치감사'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교수 출신인 양 원장은 200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후부터 1년5개월 간 국민권익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1년 3월 전임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22대 감사원장에 취임, MB 정부에서 2년 가까이 감사원장을 지냈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권력기관 인선이 이뤄지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정권 내부에서 감사원장 교체론이 강하게 대두됐다.

그러나 당시 박 대통령이 장·차관급 고위직의 줄사퇴에 따른 인사난맥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감사원장의 4년 임기는 헌법으로 보장돼 있어 양 원장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재정확충과 부패척결로 박근혜정부를 뒷받침하겠다던 양 원장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게 된 계기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4대강 3차 감사 결과였다. 당시 감사원은 MB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플랜이 '한반도 대운하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수립됐다'는 감사결과를 내놨다.

이를 두고 감사원이 MB 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실시한 세 차례의 4대강 감사에서 모두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감사원은 MB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1년 1월27일 발표한 1차 감사에서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비 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천시설물 규모 및 치수안정성, 입찰공고 등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점과 5000여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전반적으로는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요지였다.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기인 올해 1월17일 발표한 2차 감사에서는 부실한 설계지침에 따른 균열 등 보(洑)의 안정성 문제와 수질악화 우려 등을 지적했다. 감사원이 직접 사용한 표현은 아니었만 4대강 공사가 '총체적 부실'임을 나타내는 결과였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1차)'던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2차)'이 됐다가 '한반도 대운하의 사전단계(3차)'로 점차 변모한 것이다.

그러자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까지 감사원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친이계 인사들은 양 원장이 정권 입맛에 따라 감사를 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감사원 개혁론에 불을 지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의 4대강 2차 감사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양 원장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과도하게 충성 행보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터였다.

특히 4대강 3차 감사의 목적이 건설사들의 공사 담합을 정부가 어떻게 처리했느냐를 짚어보기 위함이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감사원이 사업의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모종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세 차례의 4대강 감사는 사업진행 상황과 감사대상 및 중점사항 등이 전혀 다른 감사로써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억울해 했지만 4대강을 둘러싼 정치감사 논란은 박 대통령과 새 정부에도 적잖은 부담이 됐다.

이에 따라 양 원장은 자신이 몸 담은 감사원과 현 정권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진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 원장의 사표 수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장의 임기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정치감사 논란으로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양 원장을 압박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정년퇴임한 17대 한승헌 전 원장이나 국무총리로 영전한 이회창·김황식 전 원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사원장의 임기는 지켜져 왔다. 13·14대 김영준 전 원장과 19·20대 전윤철 전 원장의 경우 각각 김영삼·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퇴했지만 이들은 한차례 임기를 마치고 정권말 연임한 경우여서 헌법상 임기는 보장받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양 원장을 교체할 경우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불가피하게 정치적인 요인때문에 감사원장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양 원장의 사의표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벌써부터 후임 감사원장을 둘러싼 하마평도 무성하다. 역대 감사원장은 내부승진 사례가 거의 없고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임명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안 전 대법관은 '비리척결'의 이미지를 통해 새누리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차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박근혜정부 초대 내각 구성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해 법무부 장관, 감사원장 등의 하마평이 잇따른 바 있다. 최근에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용산에 변호사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감사원장 후보군 중 한명으로 언급되고 있다. 여성 최초의 대법관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한때 여성 총리 후보로 거론됐으며 국민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공직자의 부패행위 척결을 위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매진한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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