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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음란물 처벌규정 개선 논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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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음란물 처벌규정 개선 논의 확산
  • 이원환 기자
  • 승인 2013.08.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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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음란물 처벌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회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2조 5호, 범죄자 양산인가? 아동·청소년 보호인가?' 토론회 축사를 통해 "현행 아청법 제2조 5호는 실제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음란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정의하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지하는 경우까지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 법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애매모호한 규정 탓에 평범한 국민들까지 잠재적인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며 "사실적 이미지에 한정하지 않고 가상의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모든 경우를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영화 은교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운로드받는 것만으로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광진 의원도 "지난해 아청법에 따라 아동성범죄자로 규정돼 수사대상이 된 2200여명 대부분이 20대 초반이었다. 아동과 청소년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범위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평범한 국민들까지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아동 포르노는 반드시 법으로 규제해야 하지만 모호한 기준으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규정할 경우 실제 아동을 동원해 찍는 아동 포르노와 전혀 다른 영역의 '그림 창작물' 자체가 단지 미성년자를 그렸다는 이유로 단속될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완주 의원도 "웹툰과 모바일 단편영화 등이 보편화돼가고 있는데 수많은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라며 여론의 동향을 전했다.

박 의원은 "특히 성범죄자라는 낙인은 사회생활 내에서 큰 피해를 감당할 수밖에 없게 한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일벌백계하되 처벌의 명확성은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도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실존하지 않은 가상의 캐릭터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 여부를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기고 있다. 일선 경찰수사에서는 실적 올리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 역시 거세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우리 청소년들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클릭 1번 했다는 이유로 신상정보를 20년간 등록·공개하고 10년간 취업제한이 가해진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청소년 성 범죄자를 양산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발제문에서 "실존아동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가상아동포르노도 음란성이 인정된다면 일반음란물로서 규제돼야 하지만 음란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헌법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민주주의 체제의 최고의 가치인 표현의 자유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될 수 있다. 가상아동포르노에 아동성범죄를 적용할 경우 표현의 자유 보호원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지난해 3월16일 개정 아청법이 시행되자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2011년부터 법 시행 전까지 전국 검찰청에 접수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 등 사건은 119건에 불과했지만 법 시행 이후부터 지난 6월까지 4412건으로 약 37배 급증했다"고 현황을 전했다.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씨는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겠다면서 잡아들이고 있는 사람들 태반이 아동·청소년이며 그 단속자 수가 법 개정 직후 수백배 급상승하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을 보고도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꼬집었다.

서씨는 "아청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실제로 지금 이 시간 어디선가 납치당하거나 동원돼 발가벗은 채 카메라 앞에 서고 있을 아이들이며, 잡아야 할 대상은 이렇게 아이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입히려 들고 있는 성범죄자들"이라며 "보호해야 할 대상을 제대로 보호하고 적용해야 할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아청법은 아이들의 성적 결정권을 비롯해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지 않느냐. 또 다른 대중문화 탄압법으로 더 많은 피해자를 낳기 전에 이 법을 개정하길 촉구한다"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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