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5일 충남 아산시청에 분뇨 트레일러가 등장했다. 트레일러를 끌고 온 A(49)씨는 이내 건물 등에 돼지 분뇨를 뿌려댔고 이를 제지하는 공무원 2명과 경찰관에 낫까지 휘둘렀다.
A씨의 난동은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았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자신이 사육하던 돼지들이 시청 공사 소음으로 집단폐사했다고 주장해 1억원을 받아냈지만 돈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대 토지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시청과 담당 공무원에 분풀이를 한 뒤 결국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수차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B(52)씨는 최근 만취한 상태로 원주시 명륜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1시간 넘게 행패를 부렸다. B씨는 이 사건을 포함해 모두 13차례에 걸쳐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의 민원행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39)씨는 지난해 4월 성남시 중원구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얼굴에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구속됐다.
C씨는 자신을 일용근로소득자로 처리해 월 20만원 상당의 생계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분풀이를 한 것이었지만 당시 피해 공무원은 얼굴과 목, 손가락 등을 크게 다쳐 봉합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복지담당 공무원들이 민원인들의 묻지마식 폭언이나 폭행, 모욕·명예훼손, 기물파손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원과 관련한 억지 주장이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돌발행동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사례도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시·군·구 또는 읍·면·동사무소에서 피해를 입은 복지담당 공무원은 1409명에 이른다. 총기와 가스통 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한 경우도 134건에 달했다.
이 중 131건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 나머지 1278건은 자체적으로 무마했다.
유형은 폭언과 폭행, 자해, 성희롱, 신체위협, 오물투척, 감금 등으로 다양했다.
부탄가스에 불을 불여 분신자살 소동을 벌이면서 공무원에게 6개월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화상을 입게 하거나 칼을 자신의 손등에 꽂아 자해하는 사례도 있었다. 수급책정이 안됐다고 쇠사슬을 휘두르고 명절에 쌀을 안줬다는 이유로 의자를 집어던진 경우도 있다.
임신 중인 공무원에게 "뱃속 아이가 제대로 태어날지 두고보자"고 위협하거나 "외롭다. 안아달라"고 말하는 등 성희롱도 서슴지 않았다. 이의신청으로 가정방문을 한 공무원을 감금하고 폭언을 한 민원인도 있었다.
이같은 상황은 복지공무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이어졌다.
대구시 사회복지행정연구회와 수성대 사회복지과 백창환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 본청과 구·군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453명 중 과반인 51.9%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을 앓는 복지공무원은 일반인의 3배, 일반 행정공무원의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악성 민원인의 반복적인 폭언·폭력,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조건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복지공무원이 올 해만도 4명에 달했다. 지난 1월엔 용인시청, 2월엔 성남시청, 3월엔 울산시청, 5월엔 논산시청 공무원이 소중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복지공무원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자들을 엄정 처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박민표 검사장)는 최근 "복지담당 공무원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이는 결국 선량한 다수 복지수혜자들에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복지서비스 전달 및 집행체계 교란사범을 엄정 처벌하라"는 지시를 전국 검찰청에 시달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폭력 전과가 있거나 흉기를 사용한 경우, 반복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경우 등 죄질이 불량한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할 방침이다.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사용한 경우에는 중형을 구형키로 했다.
수사 초기에는 녹음테이프와 민원실 폐쇄회로화면(CCTV) 녹화테이프 등 물적 증거를 중심으로 수집하고, 피해공무원에게는 우편 또는 전화로 진술서를 받는 등 적극 배려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에 대해서도 초동 수사 때부터 복지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정 대처가 가능하도록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교란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수사 및 기소하고, 중형을 구형하거나 적극적으로 항소하는 등 엄단할 방침"이라며 "피해 공무원에 대해서는 의료지원과 함께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