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화나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인 협동조합이 최근 정치권에서 화제다.
협동조합기본법 발효시점은 지난해 12월1일이었지만 최근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이 대기업 계열 대형유통업체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돌파구로 삼으면서 정치인들로부터 새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야서 관심 지속적 증가
이에 호응하듯 정치권에서도 협동조합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지난 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시도지사 을(乙)을 지키기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을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협동조합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갑을의 관계에 있어 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을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라북도에서는 대대적인 협동조합 붐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협동조합의 공동구매, 공동택배를 위해서는 기금의 설치가 꼭 필요하다. 민주당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주면 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며 당 지도부에 협동조합 정책 강화를 요구했다.
강운태 광주시장 역시 같은 회의석상에서 "현실적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장애인근로작업장 4개 분야가 일자리를 공익적 차원에서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활동 분야"라며 협동조합의 효과를 소개했다.
이들 외에도 협동조합을 언급하는 정치인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유력정치인들 역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서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해운대 바보주막'에 가면 봉하마을 유기농햅쌀로 만든 봉하막걸리를 마실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주막답게 회의실도 하나 있어서 막걸리 한잔 하면서 회의나 세미나도 할 수 있죠. 언제나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건 덤이고요"라며 지인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소개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역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운동기간인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일자리창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여기 주민들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쪽에 관심이 많다. 그런 쪽을 기초로 삼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도 지난해 당 대선후보경선 TV토론 당시 "경제민주화는 한편으로는 재벌의 횡포를 막아주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내수 경제를 적극 육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활로를 협동조합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협동조합 연구 의원들도 증가추세
국회 내에서도 토론회나 포럼을 통해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의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 초 발족한 사회적 경제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사회적경제 연구포럼'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김영환·김경협·김태년·김동철·김현·김광진·남윤인순·신계륜·유승희·유은혜·은수미·전순옥·정호준·최동익·최민희·한정애·홍영표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역시 지난달 초 협동조합 활성화에 필요한 법·제도의 개선과 지원 방안 강구를 목적으로 출범한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에도 민주당 김기준·김현미·설훈·이언주·이학영·최원식·한정애·홍의락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 남경필·김재원·이이재·유승우 의원 등이 협동조합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의도 연관성에 주목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이 같은 협동조합 붐에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4월 당대표 경선 출마 당시 "협동조합 운동 등을 통해서 민주당이 지역공동체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혀, 협동조합과 정당 간 결합을 시사했다.
조경태 최고위원 역시 같은달 출마선언을 하며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시민봉사단체와 긴밀하고 상시적인 소통시스템과 실행 및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생활정치가 민주당 본연의 핵심책무가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도 지난달 노무현 서거 4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지난해 12월11일 협동조합법을 (이명박)가카님이 통과시켰다. 시민을 씨줄과 날줄로 만들라는 협동조합이 곧 노 전 대통령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인데 가카께서 아무것도 모르고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경북 봉화에 봉봉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배후조종은 박원순 시장이다. 저번에 식사하는데 '봉화 가서 뭐할 거요'하면서 협동조합을 하라고 하더라. 이미 다 약속됐다"며 협동조합을 설립할 당시 박 시장과 교감이 있었음을 알렸다.
이처럼 주로 야권 정치인들이 협동조합에 주목하는 것은 협동조합 구성원의 정치적 성향이 야권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에 속한 사람이라면 강력한 경쟁자인 대기업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층에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동조합 운동이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풍(野風)을 유도하고 야권에 유리한 선거지형을 만들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현행법 상 공직선거 관여금지 조항을 근거로 협동조합이 야권의 지지기반이 될 것이란 관측을 일축하는 이들도 있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이 '협동조합을 이용해 공직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행위 또는 특정인을 당선되도록 하거나 당선되지 않도록 하는 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협동조합이 향후 각종 선거 국면에서 기존 정치권과 어떤 조합을 이루고 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