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가 세계 철강사 1위를 넘어 종합소재·에너지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일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로부터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선정됐다.
세계 34개 철강사를 대상으로한 이번 평가에서 생산규모, 수익성, 기술혁신, 가격결정력, 원가절감, 재무건전성, 원료확보 등 총 23개 항목의 평가를 통해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꼽힌 것.
전례없는 철강업계의 불황 속에서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경쟁력으로 시가총액 측면에서 전 세계 철강사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포스코는 미화기준 시가총액 268억 달러를 기록해, 생산규모가 3배 이상인 아르셀로미탈보다 37억 달러가 높고, 일본 최대 규모의 신일본제철보다 11억 달러 앞서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사 중 시총 1위를 9개월째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철강 1위 기업으로 안주하기에는 여러 악재가 산재해 있는 상태다.
현재 세계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의 늪에 빠져 있다. 세계철강협회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철강수요는 14억t 가량인데 공급능력은 20억4000만t에 달해 설비능력이 남아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2007~2008년 전 세계 철강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당시 대규모 증설이 5년 후인 지금 공급 과잉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글로벌 철강사들은 앞다퉈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아르셀로미탈은 대규모의 자산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수익없는 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US스틸, 타타스틸 등 선진시장 및 신흥시장에 위치한 철강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국의 브리티시스틸 등 과거의 사례를 봐도, 철강호황 시절에 안주하며 철강업만 고집하다가 사라지거나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한 기업들이 수없이 많다.
◇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소재∙에너지 신사업 전개
포스코는 2015년까지 에너지부문 국내외 발전설비 능력 4474㎿, 소재부문 글로벌리딩 기업을 성장 목표로 삼았다.
앞서 정준양 회장은 44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전통사업의 추락, 새로운 성장사업과 융·복합사업의 출현 등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철강명가'의 위상을 지켜내면서 종합 소재 및 에너지 사업에서도 포스코의 이름을 올리는 과업은 100년 포스코를 위한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CEO포럼에서 2015년까지 글로벌 조강능력을 지난해 4000만t에서 4800만t으로, 소재부문 매출을 5조5000억원에서 8조2000억원으로 늘려 인프라·무역부문과 더불어 수익성과 성장성을 함께 갖춘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년 글로벌 소재시장은 연 5%를 상회하는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으로, 포스코는 철강업에서 쌓은 고유기술 등의 노하우 활용, 철강제조 부산물 재활용, 철강공정 설비 연계, 산학연 R&D 등으로 이미 사업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소재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원천적으로 빈국에 속하며 해외 광산확보도 미미한 수준에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소재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0%에 그치고 있다. 전 세계 소재시장 규모는 약 7000조원에 달하며, 이중 철강은 약 17%를 점유하고 있고, 첨단 신소재의 성장에 힘입어 시장규모는 매년 늘어가고 있다.
소재사업은 철강과 마찬가지로 원료의 안정적 확보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비와 높은 기술·노하우를 기반으로 한다. 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긴 안목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포스코는 보유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앞장선다는 특유의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소재사업에서도 글로벌 리더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세계적인 공과대학인 포스텍과 비철소재 전문 연구기관인 리스트(RIST)를 통해 소재분야의 경험있는 연구인력은 물론 상당량의 연구성과를 축적해 사업화를 위한 내부역량과 경쟁력을 갖고 있다.
포스코는 이같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2009년 카자흐스탄에서 UKTMP와 합작해 티타늄슬래브 공장착공에 들어갔으며, 마그네슘 소재를 얇은 판재로 압연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순천 마그네슘 판매공장 가동 및 2011년 11월엔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계열사 도요타통상과 마그네슘 소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밖에도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코크스·피치·타르 등을 활용해 그래핀·침상코크스·등방흑연소재 사업을 추진, 탄소소재 국산화와 자원재활용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왔다.
포스코 지난해 11월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 국내 최초로 자체 광석을 활용한 1만t 규모의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준공했다.
이밖에도 망간소재를 포스하이메탈에서 지난해 5월 출하를 시작했으며, 지난 4월에는 포스코와 LG화학은 2차전지 소재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스코패밀리의 탄소 음극재 및 리튬 양극재 사업에 관한 기대와 신뢰를 보여준 상징적인 행사였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포스코가 2차전지 소재 시장에 이처럼 빠르게 진입하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에너지분야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이미 제철소를 운영하면서 발전 인프라의 구축과 운영에도 상당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에 포스코는 2005년 경인에너지를 인수하고, 포스코에너지로 출범하면서 3300㎿의 발전능력을 가진 국내 최대 민간발전사로 성장시켰다. 2011년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조9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인도네시아 제철소 진출에 따른 부생가스 발전소 착공, 인도네시아에 해외 최초 연료전지 발전소 착공, 미국 태양광발전소와 베트남 발전소 수주, 몽골 석탄열병합발전 진출 등 해외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발전사업은 물론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의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의 협력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5월말 포스코는 GE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에너지 분야 강재공급 및 기자재 제작 협력 등 구체적인 사업 발굴에 나섰다.
포스코는 GE와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플랜트용 강재 및 이용기술 우선적으로 개발해 신수요를 창출하고, 경쟁력있는 대체소재를 공급해 에너지플랜트용 강재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기자재 제작을 통해 에너지플랜트 분야 엔지니어링 역량도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포스코는 지멘스와 지난해 5월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강재 및 신소재 공급 협력을, 쉘과는 지난해 9월 해양구조용 후판 장기공급 계약 체결 등을 이끌어냈다.
또 세계 철강업계중 최초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원유시추 및 생산저장 시설인 FPSO(생산저장하역설비)에 사용되는 에너지강재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11종의 후판 8만8000t 전량을 단독 공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