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궐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노원 병 지역에서 각 후보간 열기가 벌써부터 가열조짐이다.
노원 병 지역은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가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공석이 된 곳이다.
이에 따라 노 전 의원의 부인인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대선 후보급 거물인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구름 관중을 몰고 등장해 선거전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새누리당도 경쟁력 있는 후보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후보 출마 여부를 고민중인 민주통합당의 행보도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현재로서는 안 후보가 앞서 가는 양상이지만 승부수를 띄울 새누리당의 카드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데다 민주통합당의 공천 여부가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안 후보와 김 후보, 새누리당 후보의 3파전이라면 안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민주통합당 후보까지 가세한 4파전이 되면 향방을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 선거전 돌입 안철수·김지선, '스킨십' 주력
지난 11일 미국에서 귀국한 안 후보는 이틀만인 13일 선거 예비 후보 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지역민심 다지기에 돌입했다.
지난 15일에도 노원구 상계동 상경중학교 배드민턴장과 상계근린공원을 돌아다니며 지역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안 후보는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상계동과 더 낮게 더 가깝게 있겠다"며 "주민 여러분과 더불어 한숨짓고 더불어 땀흘리고 더불어 희망을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6일에도 주민들이 많이 몰리는 순복음노원교회, 꽃동산교회, 당고개공원 배드민턴장 등을 찾아 스킨십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 후보도 지난 13일부터 상계동을 돌며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그는 특히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이 부당하게 의원직을 상실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6일에도 노원성당, 나눔의집교회, 당고개공원 등을 돌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진보정의당 측은 노 전 의원이 노원지역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 온 점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진보정의당 조준호 공동대표는 "노원병 지역은 진보세력이 지난 10년 간 꾸준히 지역 활동을 통해서 주민들과 신뢰를 만들어 온 곳"이라며 김 후보에 힘을 실었다.
두 후보의 초반 행보를 보면 40대 이상 중장년층 비율이 높은 이 지역구의 특성을 감안해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안 후보의 경우 지역 기반이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밑바닥 민심 훑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또한 재보궐선거는 상대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는 점에서 동원 가능한 표단속을 확실히 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초반이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안 후보가 앞서가는 양상이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13일 노원병 거주 주민 8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가 42.8%로 크게 앞섰고, 새누리당 후보(31.2%), 민주통합당 후보(11.8%), 진보정의당 후보(4.8%), 통합진보당 후보(1.9%)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앞으로 굵직한 변수가 많이 남은 만큼 지금 나오는 수치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 새누리당 전략공천? 필승카드 만지작
새누리당은 노원 병 지역에 세울 후보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안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전 교수가 인위적인 야권 단일화를 거부한 만큼, 다자 경쟁구도가 가능해짐에 따라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을 눈독들이는 후보도 적지 않다.
현재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육군 중령 출신인 이성복씨, 주준희 전 18대 대선 중앙선대위 대외협력특보 등 3명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후보로 안 후보에게 맞서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때문에 중량감 있는 후보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초 경쟁력을 갖춘 카드로 홍정욱, 나경원 전 의원이 거론됐지만 두 사람 모두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안철수 대항마 카드를 고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안 후보가 워낙 강적이라서 누구를 내더라도 만만치 않다"며 "딱히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당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재보궐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당에서 절대적인 노력을 한다면 누구를 내세워도 승산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민주당, 후보 공천 놓고 '고심'
고민에 빠져있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 민주당은 노원 병 지역에 후보를 내느냐, 내지 않느냐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안 전교수가 대선 후보를 양보했던 만큼 이번에는 민주당이 양보하자는 의견과,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당의 존재감이 흔들릴 수 있어 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재보선인 만큼 승리가 절실하지만, 표가 분산된 탓에 안 후보가 떨어질 경우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는 안 후보가 당선돼 원내 진출에 성공할 경우 신당 창당 등의 논의와 함께 야권세력 재편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 당내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안 후보가 끝까지 연대 자체를 부정하신다면 저희로선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후보 공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만약에 후보를 내게 된다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굴욕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후보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노원 병 공천 여부는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후보와 김 후보, 새누리당 후보의 3파전이라면 안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지만, 민주당 후보까지 가세한 4파전이 되면 새누리당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이번 노원 병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네 명 가까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야당 지지율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민주당 공천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