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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옥, 수녀진혼곡→흑인창녀위한고백…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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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옥, 수녀진혼곡→흑인창녀위한고백…사연은?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1.11.2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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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연예술센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의 원제는 '한 수녀를 위한 진혼곡'이다.

연출 50주년 기념작이자 100번째 연출작으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연극연출가 김정옥(79)씨는 "극에는 수녀가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국 관객이 볼 때 의아해할 수 있다"며 "연극에서 중요한 부분이 흑인창녀가 고백하는 부분이라 관객들이 알기 쉽게 제목에 흑인창녀를 집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흑인창녀를 위한 고백'은 김 연출이 1969년 극단 자유의 제10회 정기 공연작으로 당시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이 연극으로 백상예술대상과 동아연극상을 받았다.

미국 소설가 월리엄 포크너(1897~1962)의 원작을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가 연극으로 각색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두 작가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이 연극은 1956년 카뮈의 연출로 프랑스에서 초연했다. 과거에 얽매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는 백인여성 '템플'과 그녀의 딸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하고 교수형을 선고받은 하녀 '낸시'에 관한 이야기가 추리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김 연출은 "카뮈와 포크너는 교수형을 당한 흑인창녀를 통해 구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녀를 수녀로 본 것"이라면서도 "내가 붙인 제목이 작품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일반 관객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첫 공연 때 만원 사례를 이뤘다"고 껄껄거렸다.

그러나 "초연 이듬해 앙코르 공연에서는 검열 당국이 창녀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해서 '흑인 수녀를 위한 고백'이라 바꿨다"며 "그렇게 하니까 관객이 들지 않더라"고 회상했다. "세번째 공연할 때는 저항의 의미도 있고 해서 처음 붙인 제목을 다시 가져다 썼어요.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은 대한민국에만 있는 제목이죠. 하하하."

40년 전과 지금, 공연에 변한 것이 있다면 "그때는 나이가 너무 어린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고 이번에는 나이가 듬직하게 든 배우들이 연기한다"며 "그래서인지 연기의 질이 그때보다 성숙한 것 같다"고 여겼다. 이와 함께 "문학적인 대사가 많아서 지루할 수도 있는 작품인데 이번에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게 연출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알렸다.

 

 

"연극이 다루고 있는 인간의 고통과 욕망에 대한 본질적 문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퇴색되지 않을 거예요. 지금 시대가 유독 검증이 많은 시기인데 그보다 고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작품으로 그런 의미도 되새겨 봤으면 좋겠어요."

연극계의 산 증인으로 통하는 김 연출은 극단 자유의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다. 이론과 현장,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연극계의 원로다. 중앙대에 연극영화과를 창설, 1959년부터 1997년까지 예술대학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과 국제극예술협회(ITI) 세계본부 회장 등을 지냈다.

"내가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지금까지 연극을 할 수 있었던 건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자 했으면 못했다"면서 "연극을 50년 했다는 건 결국 산다는 것이 계속됐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은 12월11일까지 볼 수 있다. 연극배우 김성녀가 템플 역을 맡는다. 오영수와 권병길 등 극단 자유 출신 연극배우들과 이호성, 전국향 등 관록의 배우들이 힘을 보탠다. 신시컴퍼니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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