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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KBS, 그럼에도 단막극은 계속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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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KBS, 그럼에도 단막극은 계속돼야한다
  • 백영미 기자
  • 승인 2011.11.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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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2 간담회'에서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BS 2TV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2가 돌아온다. 12월4일 '아들을 위하여'를 시작으로 연작시리즈 시즌2를 6개월간 방송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11일 '락락락'으로 포문을 연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는 '완벽한 스파이'를 끝으로 6개월간 방송했다. 이어 올해 6월5일 '영덕우먼스 씨름단'으로 출발한 드라마스페셜 단막극 시즌2는 27일 '아내가 사라졌다'를 끝으로 잠시 쉰다.

KBS 고영탁(51)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콘텐츠의 핵심은 단막극이다. 소설의 백미가 단편소설이듯, 드라마에서는 한 편의 기승전결로 완결된 단막극"이라고 강조했다. "단막극을 네 개로 늘리면 연작시리즈인 4부작, 다시 네 배로 확대되면 미니시리즈, 또 다시 늘어나면 장편인 주말드라다.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단막극이고 단막극의 발전이 드라마 콘텐츠 발전과 직결된다."

SBS는 2004년 '오픈드라마-남과 여'를 폐지했다. MBC는 2007년 '베스트극장'의 문을 닫았다. 수익성 부족으로 고정 단막극이 사라진 상황에서 KBS는 지난해 5월 단막극의 부활을 알렸다. 2008년 '드라마시티'가 막을 내린 지 약 2년 만이었다.

KBS 전용길(55) 콘텐츠본부장은 "KBS 드라마스페셜은 다른 막장 드라마와 달리 다양한 장르의 시도, 신선한 소재로 우리나라 TV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재능있는 연기자와 신인작가 발굴, 신인연출자의 등용문, 기성배우들의 실험무대로서기능해왔다.

 

▲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2 간담회'에서 고영탁 드라마국장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극배우 이희준(32)은 '동일범'에 연쇄살인범, '큐피드 팩토리'에 바람둥이 작곡가 등으로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동일범'의 모완일 PD는 "광기가 있는 것 같고 상대방과 연기를 할 때 리액션을 받아주는 게 남다르다. 드라마에서 많이 봐오지 못했던 리액션이 나온다. 작업하는 내내 감탄했고 놀라웠다. 앞으로 톱배우가 될 것 같다"고 증언했다. '기쁜 우리 젊은날'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 최성원(26), '딸기 아이스크림'의 엄현경(25)도 눈도장을 받았다.

KBS 극본공모 경쟁은 약 400대 1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등단해도 5년 내에 존재감을 알리기란 쉽지 않다. KBS 단막극은 이러한 신인 작가들에게 성장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다. 2009년 KBS 극본 공모에 당선된 정현민 작가는 '단막극 시즌2' 총 23편 중 네 편을 집필했다. '남자가 운다', '올레길 그 여자', '수호천사 김영구', '서경시 체육회 구조조정 비하인드 스토리'다. 지난해 당선된 안홍란 작가는 '필살기', 2008년 당선된 김선덕, 손지혜 작가는 '미련'과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을 썼다.

5명의 신인 연출자도 단막극으로 데뷔했다. 코믹 멜로 사극 '화평공주 체중감량사'의 송현욱 PD, 멜로 사극 '미련'의 김상휘 PD, 추리 수사극 '동일범'의 모완일 PD, 스릴러 '휴먼카지노'의 김성윤 PD, 판타지 로맨스 '터미널'의 전우성 PD다.

탤런트 손현주(46), 유진(30), 이종혁(37) 등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간미 넘치는 아저씨 손현주는 '남자가 운다'에서 메마르고 냉혹한 킬러가 됐다. '요정'으로 불리던 SES 출신 유진은 20㎏이 넘는 특수분장을 하고 지혜롭고 따뜻하지만 뚱뚱한 백제시대 화평공주로 확 달라졌다. 차가운 이미지의 이종혁은 '영덕우먼스씨름단'에서 건들건들한 씨름코치로 주목받았다.

 

▲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2 간담회'에서 권계홍 프로듀서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 본부장은 "'드라마스페셜'은 작년대비 평균 5배 이상의 광고수익을 올렸고 '화평공주 체중감량사'는 단막극임에도 9.9%의 시청률을 올렸다"며 "단막극도 제대로 기획하고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뒷받침되면 상업적인 미니시리즈와도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화평공주 체중감량사'는 제16회 아시안 TV 어워드 영화·단막극부문 본선에 진출했다. 제136회 이달의 PD상에 이름을 걸기도 했다.

부족한 예산과 시청자 공략이 쉽지 않은 일요일 심야(밤 11시30분)에 방송해 일궈낸 성과다. 단막극 시즌2 프로듀서를 맡았던 권계홍 PD는 "평균적으로 회당 2억5000만원 가량이 투입되는 미니시리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억원으로 한 회분을 만들고 있다. 촬영일수도 제한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연작시리즈 시즌2 이건준 CP는 "실질적으로는 회당 80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들고 있다. 제작비용을 맞추기 위해 6일간 촬영하는데 양질의 드라마를 만드는 데 한계가 될 수 있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12월1일 종합편성채널인 JTBC, TV조선, 채널A, MBN이 개국함에 따라 광고수익이 떨어지는 단막극은 또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됐다. KBS의 경우, 종편사와 광고 시장을 나누게 되면서 약 500억원을 잃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BS는 정부지원 확대도 바라고 있다. 23편의 단막극 시즌2 작품 중 지원받은 작품은 네 편이다. 전파진흥원이 세 편('화평공주 감량사', '터미널', '수호천사 김영구'), 콘텐츠진흥원이 한편('아내가 사라졌다')을 지원했다. 이 CP는 "작가나 연출자 발굴을 위해서라도 전파진흥원 등을 통해 드라마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2 간담회'에서 이건준 선임프로듀서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지영 PD는 "'아내가 사라졌다'는 외주로 제작됐지만 현재로서는 외주제작사의 리스크가 너무 커 모든 단막극을 외주로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 편당 1억원으로 제작을 하라 하면 외주제작사가 감당을 못한다"면서도 "외주 제작사가 단막극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건준 CP는 "단막으로 담기에 많은 이야기를 4부작 연작시리즈로 선보인다"면서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면서 시청자에게 좀 더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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