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6 17:31 (목)
안방극장 침투하는 정치인들…효과 만점?
상태바
안방극장 침투하는 정치인들…효과 만점?
  • 박대로 박성완 기자
  • 승인 2012.07.11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인들이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 대신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텔레비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MBC '무릎팍도사',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tvN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SNL) 등을 찾는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정치적 파괴력을 처음 알린 프로그램은 무릎팍도사였다.

카이스트 교수였던 안철수 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009년 6월17일을 전후해 방영된 무릎팍도사를 통해 단숨에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안철수라는 인물을 잘 알지 못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토크쇼 무릎팍도사를 통해 그의 업적과 사상을 접하게 됐고 그의 진정성에 감동했다. 이후 전국 순회 방식 '청춘콘서트'를 통해 휘몰아친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는 사실상 무릎팍도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올해 초 대선주자들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던 두 주인공인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힐링캠프에 연이어 출연, 관심을 받았다.

시청률 면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웃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출연한 1월2일 방송분 시청률은 AGB 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결과 전국기준 12.2%를 기록했고 1월9일 방송된 문재인 고문 편 시청률은 1.7%p 하락한 10.5%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릴적 찍은 비키니 사진까지 공개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김제동 등 사회자들과 게임을 하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도 큰 소득이었다.

문 고문도 특전사 시절 이야기와 커닝·술·담배 때문에 정학을 당했던 사연,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을 털어놓으며 순탄치 않았던 인생역정을 공개했다. 정치 현안을 논할 때도 솔직한 화법을 구사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거물의 출연으로 명성을 얻은 힐링캠프는 이후 수많은 정치인들의 출연 요청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SBS와 힐링캠프 제작진에 따르면 웬만한 정당의 당대표 대변인실은 한번씩 출연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일부 대선 주자 역시 출연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퇴짜를 맞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원장이 섭외됐다 녹화 직전 취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연출자인 최영인 CP는 당시 자신의 SNS에 "출연을 협의하던 중, 국장님께서 당적이 있으니 정치인 출연은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되면 '힐링캠프'의 정치인 비중이 너무 커지게 돼 박시장님 측의 양해 하에 제작진 차원에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글을 올려 녹화 불발 이유를 해명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정치인 이미지 쇄신' 효과가 검증된 마당에 총선이나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을 무작정 내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 힐링캠프 제작진의 설명이다.

촉망 받는 정치인들만이 예능프로그램을 이용하진 않는다. 예능프로그램은 곤경에 빠진 정치인들이 나빠진 평판을 씻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나운서는 다 줘야 한다"란 성추행성 발언으로 아나운서협회 등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던 강용석 전 의원은 지난 1월3일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 이미지 쇄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강 전 의원은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에 사과한 뒤 '고소 집착남'으로서 면모를 솔직하게 공개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오해를 일부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 "24시간 고소만 생각하고 1일 1고소를 목표로 한다" "고소장을 쓰는 게 낙인데, 센 놈과 붙으면 레벨이 높아진다" "고소·고발 이후 지지하는 사람이 늘었다" "'국회의원 강용석을 대통령으로'란 지지를 받고 있다" "국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등 발언은 괴짜 내지 악동으로서 이미지를 부각시켜 친밀도를 상승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상임고문이 성인용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에 전격 출연,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으로 분장한 개그맨 정성호와 입씨름을 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박근혜 캠프'를 배경으로 꾸며진 이날 콩트에서 정성호는 정 고문을 향해 "세균이요? 이름을 들으니까 제가 피해야 할 것 같네요"라며 선제공격을 했다.

그러자 컵라면을 먹고 있던 정 고문은 발끈하며 "세상의 균형을 잘 잡으라고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대답, 은연 중 자신의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어 정 고문은 수첩에 뭔가를 기록하는 정성호를 향해 "아, 수첩 거시기구나"라며 박 전 비대위원장의 별명 '수첩공주'를 상기시키는가 하면 "서민경제가 완전히 멘붕된 걸 모르고 계신 것"이라며 박 전 비대위원장의 엘리트 이미지를 꼬집기도 했다.

◇정치인 예능 출연, 그 효과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딱딱한 뉴스와 달리 긴장을 풀고 언제든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기 쉽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의 주 시청자인 여성이나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전문가들은 감성적 접근법을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의 예능 출연 효과가 만만찮다는 평을 내놓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참여를 유도해내는 것이 정치발전이나 사회발전에 필요한 부분"이라며 "정치에 무관심하던 유권자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인의 인간적인 매력을 발견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나름의 이유를 갖게 된다. 이를 통해 정치 불신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 역시 존재한다.

윤 실장은 "자신의 정책이 어떤 것인지를 대중에게 명확히 알리고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감성적으로 일회성 호응만 얻으려는 모습은 본말이 전도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형성된 인기는 정책이나 준비된 모습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반이 허약할 수 있다"며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 정책적 준비와 역량이 기본 바탕으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능프로에서만 지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려울 뿐더러 일정부분 지지율 반등이 있더라도 이내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