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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북한, 사상최초 '아리랑' 연구서 출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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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북한, 사상최초 '아리랑' 연구서 출판…왜?
  • 유상우 기자
  • 승인 2012.07.10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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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아리랑 연구서 '조선민요 아리랑'을 펴냈다.

북에서 나온 최초의 아리랑 단행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쇄일은 2011년 9월20일, 발행일은 2011년 9월25일이다. 248쪽 분량으로 문학예술출판사가 출간했으며, 저자는 윤수동 조선민족음악무용연구소 교수다.

윤수동은 서문에 "'아리랑'처럼 자기 나라의 민요를 대표하고 민족의 상징으로 널리 불리는 노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더 잘 알게 하고 조선 사람으로서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더욱 깊이 간직하도록 하는 데서 귀중한 음악 유산"이라고 밝혔다.

"아리랑에는 전 민족적인 감정과 정서가 깊이 스며있을 뿐 아니라 지방마다 자기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아리랑을 깊이 연구하면 역사적으로 형성되고 공고화된 우리 인민의 고유한 민족적 감정과 정서, 각 지방 민요의 고유한 특성을 잘 알 수 있고 그에 기초해 우리의 음악 예술을 주체적이며 민족적인 것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책은 ▲조선 민족을 상징하는 민요 '아리랑' ▲민요 '아리랑'의 발생 ▲로동당시대 '아리랑'의 계승발전 등으로 구성됐다. 아리랑은 어떤 노래이며, 아리랑으로 불리는 민요들과 곡 수, 아리랑의 가사 내용과 선율 형식, 각 지방에 분포된 아리랑, 아리랑과 관련된 자료와 여러 가지 설, 역사에 기록된 아리랑 자료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또 조선을 대표하는 아리랑으로 춘사 나운규가 만든 무성영화 '아리랑'에 등장한 아리랑을 꼽았다. 이 곡이 나오게 된 당시의 사회역사적 환경과 영화의 줄거리를 설명하고 있다.

부록으로 아리랑 악보 44종을 넣었다. 전통적인 아리랑과 북의 선군시대에 새롭게 창작된 아리랑 악보들을 함께 편집했다. 전통적인 아리랑 곡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군(읍)명 또는 도 명칭을 달았다. 일부 아리랑에는 새로 발굴한 가사를 보충했다.

서도·평안도·해주·단천·무산·온성·회령·평강엮음·삼일포·영천·초동·통일·감성부흥·군민·철령·간삼봉에 울린 아리랑과 행복의 아리랑 등을 수록했다.

이 가운데 '행복의 아리랑'의 존재는 처음 확인됐다. '꽃 물결이 설레네, 아리랑 아리랑 춤바다 설레네, 전선길의 눈비가 꽃보라로 되였네, 아리아리랑 우리 장군님 선군의 길로, 태양 조선의 행복주셨네, 아리아리아리랑 스리스리스리랑, 노래 춤 절로 나네 행복의 아리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58) 상임이사는 "그동안 만들어진 아리랑을 결산하는 것이 '행복의 아리랑'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조선민요 아리랑'에는 김정일 어록도 7건 실려 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였다'며 굵은 글씨로 강조한다.

"민요는 오랜 세월을 두고 인민의 사랑을 받으며 불리는 귀중하고 가치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력사의 그 어느 시기, 어느 나라에서나 인민들의 생활과 사상감정을 가장 잘 반영한 우수한 민족예술유산들은 인민 대중 자신에 의하여 창조되었습니다" "우리 인민들은 자연을 정복하고 사회를 변혁하며 강토를 지키기 위한 투쟁 과정에 유순하고 아름다운 민요를 수많이 창작하였으며 그것을 즐겨 부르면서 끊임없이 세련 시켜왔습니다" 등이다.

'새로운 아리랑 작품 창작' 항목에서는 "아리랑을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발행 시기로 봐서 북한도 중국의 아리랑 사태와 유네스코 등재 등의 상황을 고려해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아리랑에 대한 인식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특기했다. 이어 "아리랑에 대한 김정일 어록이 일곱 번이나 인용된 것을 볼 때 북한의 아리랑에 관한 관심이 정책에 의한 것임을 알게 한다"고 짚었다.

이 책은 북한연구가인 일본인 미야츠카 도시오 교수(65·야마나시가쿠인대학 경영정보학)가 입수했다. 미야츠카는 "일본의 서점을 통해 구했다"며 "북한의 첫 아리랑 연구서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야츠카는 1991년 방북, 다양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스파이로 오해받아 1992년 입국 금지당한 상태다.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서 책과 의류 등을 구해 북한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국가유산으로 지정한 데 이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아리랑은 한국이나 북한이 유네스코에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미야츠카는 40여 년 전 아리랑을 들으며 대학을 다녔다. "당시 한반도를 연구하는 모임을 통해 처음 배운 노래가 아리랑"이라며 "한국과 북한이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공동으로 올렸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미야츠카에게서 이 금서를 확보한 신나라레코드(회장 김기순)와 한겨레아리랑연합회(이사장 이윤구)는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통일부 등 4곳에 사본을 전달할 예정이다. 신나라레코드 측은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 북의 정책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므로 정부 차원에서 연구할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달 6일 대한민국 단독으로 유네스코에 아리랑 등재를 신청했다. 등재 여부는 11월 그레나다에서 열리는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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