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의 한 경찰서가 최근 두 달 새 수백 건에 달하는 '저작권 고소 폭탄'을 맞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한 무협지 작가 A(51)씨는 지난 3월30일과 지난달 30일 두 차례에 걸쳐 고소장 270건을 B경찰서에 냈다.
포털사이트와 파일공유사이트에 자신의 무협지를 퍼 나른 누리꾼들을 저작권 침해 혐의로 무더기 고소한 것이다.
B경찰서는 요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은 96건을 되돌려보내고, 나머지 174건(64%)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맡았다.
때문에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고소장에 기록된 아이디의 사용자를 아이피 추적을 통해 찾는 작업을 하느라 다른 업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사용자를 일일이 찾아내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넘기고, 관내 거주자는 직접 불러 조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4·11 총선이 치러진 지난달에는 사이버 선거사범까지 집중 단속해야 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개인의 법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고 있는 A씨를 무작정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저작권을 침해당한 작가들이 따로 구제받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수사가 시작된 뒤 연락해 오는 누리꾼들과 50만~100만원에 합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는 고소인과 합의되면 '공소권 없음(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된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된 이들 중 위반 행위를 인지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며 "인터넷에 만화나 소설을 무단으로 게재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