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에서 거래된 전셋집 넷 중 하나가 2년전에 비해 가격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 난이 빠르게 확산중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서울 전세시장에서 나타난 역전세난이 깡통전세(담보대출+전셋값>매매가)로 번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봤다.
3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전셋집의 실거래가를 2년전 동일 주택형의 가격과 대조해 분석한 결과 역전세 현상이 26.3%에서 확인됐다.
직방에 따르면 이 같은 역전세 거래의 비중은 지난 2017년 1분기 평균 5.0%에 불과했으나 불과 2년만에 5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어 ▲2017년 2분기 6.4% ▲3분기 6.4% ▲4분기 11.1% ▲4분기 14.9% ▲2018년 1분기 14.6% ▲2018년 2분기 17.4% ▲2018년 3분기 15.3% ▲2018년 4분기 17.7%를 기록했고 해가 바뀌고 전셋값 하락세가 장기화되자 20%를 돌파했다.
지역별로는 은평구가 46.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초 42.6% ▲금천 40.5% ▲동작 39.3% ▲도봉 36.0% ▲서대문 36.0% ▲구로 33.0% ▲송파 32.2% ▲성북 30.2% ▲노원 28.2% ▲영등포 28.0% ▲강남 27.3% ▲종로 26.3%순으로 집계돼 서울 25개 자치구중 13곳이 평균을 웃돌았다.
서울 인구 감소와 신규 입주물량 증가에 전셋값이 속절없이 하락하면서 집값도 약세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6주 연속 하락하며 역대 2번째 최장기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며 깡통전세 우려도 제기 됐지만 아직까지 위험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단 매매가 하락세보다 전셋값 하락세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올해 2월 기준 59.6로 전년 같은 달 68.5 대비 8.9포인트, 전월 59.8 대비 0.02포인트 내렸다.
감정원 통계에서도 올해 1~2월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77% 떨어진 반면 전셋값은 1.37% 하락했다.
매매·전세가격이 동반하락하고 있지만 전셋값 하락세가 더 가파른 탓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역전세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값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깡통전세 우려 자체는 크지 않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화성, 시흥, 평택 등 경기도 일부 지역의 경우 역전세난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서울의 경우 가능성이 굉장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발생하더라도 매우 국지적인 리스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세로 최근 집주인과 세입자간 전세금 반환 분쟁이 늘고 이사 일정이 줄줄이 밀리는 등의 문제가 속출하면서 큰 불편을 낳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입장은 다소 온도차가 있다.
일단 개인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면 사실상 '투자실패'"라며 "책임은 온전히 본인 몫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역전세난(難)'이라는 표현은 다주택자 입장에서 쓰는 말"이라며 "세입자의 주거 안정 차원에서 역전세를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의 경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역전세난을 개인적인 문제와 부동산시장 시스템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하되, 전세시장의 부실 문제가 국가 경제 차원에서 문제를 야기한다면 당연히 정부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전세가 현재로서는 주의보 수준에 그치는 듯하다"면서 "그동안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 상환 노력 없이 전세금을 '돌려막기'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집주인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정부에서도 최근의 공급과잉 상황에서 세입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역할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