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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의 인사동 대국…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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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의 인사동 대국…승자는?
  • 박대로 기자
  • 승인 2012.03.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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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정치1번지' 종로에서 선거사상 보기 드문 중진 의원간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을 3명(윤보선·노무현·이명박)이나 배출한 정치 1번지에 제19대 국회의원 후보자로 도전장을 던진 인물은 6선의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4선의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 둘이 합쳐 무려 10선이다.

소위 '정치 9단'들 답게 이들의 승부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긴장을 풀 수 없는 접전양상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지난 26일 중앙일보가 발표한 지지율 조사 결과 정 후보가 33.2%, 홍 후보가 28.8%를 기록했다. 양 후보간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수치다. '투표 확실층' 지지율 역시 정 후보 35.8%, 홍 후보 32.9%로 비슷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당일, 정 후보와 홍 후보는 나란히 인사동을 방문했다.

먼저 이 곳을 찾은 인물은 홍 후보. 홍 후보는 인사동 입구에 위치한 대일빌딩 지하 1층 서울미술관에서 기자를 만나 여론조사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홍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접했냐는 질문에 "사실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 더 열심히 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그동안 치른 모든 선거에서 그러했듯이 정성을 다한 뒤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고 답했다.

'흔들린 야권연대 탓에 상황이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홍 후보는 "18대 총선에 비해 말도 못하게 불리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어 "18대 총선 때는 앞선 대통령선거에서 500만표차로 이기는 등 파죽지세였던 반면 지금은 그 때와 비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쇄신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후보는 종로에서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그는 "종로구민들이 현재 민주당의 실체, 그리고 민주당과 손잡은 통합진보당의 실체를 알게 되면 승부는 바로 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번 공천과정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키운 인재를 모두 솎아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해군기지를 거부함으로써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도 인연을 끊었다"며 "통합진보당 역시 지난 50년간 이어져온 한미동맹을 무력화하려는 세력"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와 대화를 마친뒤 홍 후보는 인사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술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 참석,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간담회 중 '정부가 한류 외국공연에만 치중한다' '리어카 장사만큼도 수입이 안 된다' 등 불만이 쏟아지자 홍 후보는 "종로와 중구를 같이 엮어서 문화예술관광 특별구역을 만들고 예술1번지로 기능할 수 있게 하겠다"며 "홍콩 미술시장이 단기간에 커진 것처럼 종로에도 대중들과 외국 미술품 수집가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당내 미술 등에 이해가 남다른 의원들과 함께 문화예술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1인당 소득 2만불 시대에 미술시장이 이처럼 어렵다면 그것은 화랑 등 유통질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미술시장이 소득수준에 맞는 규모를 갖추도록 힘닿는 대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화가들과 만남을 끝으로 인사동을 떠나자 약 3시간 뒤 정세균 후보가 인사동 초입에 위치한 남인사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소원과 악수를 하는 것으로 유세를 시작한 정 후보는 낙원상가 부근 떡집, 커피숍, 악기수리점, 갈치조림집, 화랑, 꽃집, 찜닭집, 철물점 등을 두루 방문했다.

정 후보는 "제가 정세균입니다. 이번에는 찍어주세요" "꼭 투표해주세요, 2번" "좋은 정치할 테니 부탁드리겠습니다" "품격 있는 좋은 정치할 테니 써보시면 잘 뽑았다 생각나게 하겠습니다" 등 발언으로 지지를 부탁했다.

옷가게 앞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에게는 일본어로 "니혼징데스까"라고 질문을 하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기자들과 음식점에서 질의응답시간을 마련한 정 후보는 이날 오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홍 후보에 앞선 것과 관련, "상대 후보(홍 후보)는 강점보다 약점이 많고 나는 반대로 약점보다는 강점이 많다"며 "유권자들이 후보를 검증할수록 (내가)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대민접촉 외에 선거의 왕도는 없다는 것이 정 후보의 지론이다.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가 균열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정 후보는 "민주진보진영은 보수진영에 대해 도덕성 면에서 비교 우위가 아닌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중앙당이 지역구를 힘들게 하면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아직 투표일까진 보름이 남아있고 현 정권 심판론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면 출렁이는 지지율도 제 위치를 찾게 될 것"이라며 야당 지지율이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사동 일대를 둘러본 정 후보는 국내 예술계에 대한 소견도 내놨다.

정 후보는 "한류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국내 예술인들은 여전히 죽을 지경"이라며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특별한 소수만이 많은 소득을 올리는 반면 대다수의 예술인들이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며 "예술인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원 의지를 밝혔다.

두 후보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선거의 당락이 걸린 피말리는 득표활동에 매진한 반면 인사동 상인들에게 이들의 승패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상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역 현안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하기 바빴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완길(60)씨는 정 후보에게 "용역업체에 고용돼 월급 150만~200만원을 받던 20대 청년들이 계약을 갱신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리고 술을 마시더라"며 "피부에 닿는 총선 공약을 내놓지 않으면 서민들의 표를 얻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바로 옆 한정식집 주인 박해숙(44·여)씨도 "인사동에 차 없는 거리가 생겨 차들이 다니지 못하니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며 "노점상도 많아지고 외국 상품들도 많이 들어와 장사가 기존의 반밖에 안 된다"고 푸념했다.

박씨는 "10년간 장사를 하는데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며 "인사동 좀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과연 어떤 후보가 지역 상인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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