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5년 만에 재현된 'BBK 악몽'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46·천안교도소 수감)씨의 진술 녹취록을 통해 "기획입국을 박근혜측이 제안했다"고 지난 11일 폭로했다.
"처음에는 박근혜쪽에서 왔다. 박근혜쪽에서 빨리 오라는 거였다. 이혜훈 의원이랑…그런데 검찰이 다 알고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김씨 주장에 따르면 기획입국은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아니라 박 후보 측 '아이디어'란 셈이다.
나꼼수는 또 김씨의 근황을 잘 알고 있는 유원일 전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경준의 기획입국은 당시 한나라당 쪽에서 시도했으나 검찰이 한나라당쪽 인사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며 "민주당쪽 인사를 대라고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검찰이 한나라당의 기획입국 사실을 알고도, 특히 한나라당 내 유력 후보인 박 후보 측이 입국을 종용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나꼼수 폭로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검찰은 다음날인 12일 곧바로 '나꼼수 주장에 대한 검찰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나꼼수의 주장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내용 및 당시 언론보도만 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했다.
박 후보 측 인물들이 당시 김경준씨를 접촉한 사실은 이미 당시 수사에서도 확인된 내용으로 뒤늦게 새삼스러울게 없다는 검찰의 입장이다.
실제로 당시 검찰은 수사결과에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유모 변호사 등은 김경준과 그 가족 및 변호사를 접촉해 BBK 관련 자료를 건네받았으며 2007년 8월경 모 언론과 김경준의 언론인터뷰를 주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5년전 대선 직전에 불거진 'BBK 사건'의 악몽이 올해 또 다시 재현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나꼼수 측이 검찰의 여러 수사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은 많이 표출했지만, 검찰은 대부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검찰이 나꼼수 측 특정 방송에 대해 별도로 자료까지 만들어 해명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검찰 수뇌부가 선거를 앞든 민감한 시기에 'BBK 불똥'을 우려하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김경준 기획입국 수사'가 자칫 '축소수사' 혹은 '부실수사'로 쟁점화되면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외풍에 시달릴 가능성에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증거로써 이미 확인된 결과물을 최소한의 자료검증도 거치지 않고 '폭로'로 포장하는 '꼼수'에 대해선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러한 시각에서 이해할수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법적 책임을 거론하며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도 검찰 내부의 시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최소한의 확인절차와 자료검증도 거치지 않고 이미 유죄가 확정돼 복역중인 범죄자의 말만을 좇아 총선을 앞둔 시기에 또 다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거짓선동하는 행위는 엄격한 법적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당시 한 진보언론의 '김경준 기획입국 실체는 없었다'라는 기사 등을 첨부하며 검찰 수사의 명백함을 입증하려는 듯 안간힘을 썼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둔 검찰 수사의 '균형감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검찰이 선거철 수사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관된 BBK 의혹에 대해선 일찍이 선을 긋는 반면, 유독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부동산 매입자금 의혹과 일부 야당의원들의 비리연루 사건에 대해선 사실상 '공개 수사'하는 것을 놓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뭉칫돈 수사를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에 뒤늦게 재배당한 것도 이러한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검찰의 '정치적 행보'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