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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암표상 세무조사…'10만원 입장권 200만원에' 수십배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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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암표상 세무조사…'10만원 입장권 200만원에' 수십배 폭리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11.06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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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 직원·교사까지 암표 거래
17개 암표업자 세무조사 착수…민생침해 탈세 엄단
프로야구·K팝공연 입장권 등 수십배 웃돈받고 판매
▲ 국세청 전경. /뉴시스
▲ 국세청 전경. /뉴시스

암표업자 A씨는 주요 티켓 판매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K팝 아티스트 공연이나 뮤지컬, 프로야구 경기 입장권을 취급하며 폭리를 취해왔다.

인기 공연의 경우 입장권 정가 대비 약 15배에 달하는 240만원에, 주요 프로야구 경기는 10만원 수준인 입장권을 200만원 가량으로 재판매하기도 했다.

또 암표업자로 수년간 활동해 오면서 수입은 실제보다 적게 신고해 수년에 걸쳐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8억원 상당의 예금·부동산 등을 축적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수십배의 웃돈을 붙여 판매한 암표업자들이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국민 개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으며' 이득을 챙겨 온 암표업자들의 관행적인 탈루행위에 주목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최근 한 블로그에는 프로야구 암표를 판매해 1500만원을 벌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렇게 팬덤 문화와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에 편승한 암표상들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면서 스포츠 경기나 K-팝 아티스트 공연 티켓을 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요 티켓 거래 플랫폼에서는 판매 인원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400여명이 전체의 절반 가까운 거래를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상위 1% 판매자의 인당 연간 판매 건수인 280여건을 크게 상회해 탈루 혐의가 짙은 17개 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조사 대상에는 체계적인 전문조직과 협력업체를 갖춘 기업형 암표업자들 뿐만 아니라 공적 책임감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을 저버린채 암표 거래를 해온 공공기관 근무자나 사립학교 교사도 있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수년간 4만건 이상의 주요 입장권을 확보한 뒤 정가의 최대 30배 가량에 이르는 폭리를 취하며 200억원이 넘는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중고거래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판매 내역이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대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뒤 '판매 완료' 처리를 하지 않은 채 티켓 판매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의도적인 수익 은닉 행태도 보였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예매사이트에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예약 링크'를 판매하는 업자들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렸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대기열을 우회하는 예약링크를 예매 희망자에게 직접 판매하며 단속을 피하고 차명계좌 등으로 돈을 받아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이번 사안의 파급력과 시급성을 감안해 암표업자들의 수익 내역과 자금흐름, 은닉재산 유무 등을 신속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추적,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 가용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암표 판매와 관련된 현금 거래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정당한 세금을 추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임광현 국세청장이 최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밝힌 '민생침해 탈세 엄단' 방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순수한 팬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온 대표적 민생침해 업자인 암표상들에게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민생침해 탈세는 끝까지 추적해 확실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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