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84% 진로·진학 고민…16% AI 상담
중고등학생 24%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희망해"
중고등학생이 진로·진학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은 '친구 관계'에 고민이 컸던 반면 고등학생은 '마음 건강'에 고민이 더 컸다. 고민이 있을 때는 교사나 학교 상담실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더 찾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제96주년 '학생의 날'을 맞이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중고등학생 고민과 사회 인식 조사'를 2일 발표했다. 전국의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155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2일에서 29일까지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한 온라인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는 ±2.48%이다.
그 결과 중고등학생 83.7%는 진로·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로·진학에 대한 고민은 중1 65.6%에서 고3 92.8%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중학생은 친구 관계(42.2%)와 외모(38.4%)를 중요한 고민을 꼽았지만 고등학생은 마음 건강(29.6%)과 경제적 문제(29.4%)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중고등학생 71.6%는 주변으로부터 고민에 대한 공감을 받는다고 답했지만 28.4%는 관계적 단절 또는 정서적 고립을 경험했다. 또 고민이 있을 때 생성형 AI를 이용한다는 응답이 15.5%로 학교 상담실 이용률(5.1%)보다 높게 나타났다. 교사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비율도 14.9%에 그쳤다.
최근 1년간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 기관 방문 경험이 있는 학생은 10.2%였으며 '방문 경험은 없지만 가고 싶었다'는 학생은 23.6%였다.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방문하고 싶었다'는 응답이 증가(고1 24.9→고3 30.9%)했다.
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 이상(76.1%)이 유튜브를 통해 사회문제·뉴스를 접하고 있었으며 SNS(69.9%)가 그 뒤를 이었다. 34.1%는 인터넷이나 SNS에서 접한 정보의 사실을 확인할 때 댓글이나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직접 포털에서 기사 등을 찾아보는 비율은 28.9%,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넘기는 비율도 18.3%였다. AI 등에 문의한다는 응답은 3.5%였다. 중고등학생 80.3%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장기매매설' 루머를 접한 경험이 있으며 이 중 74.8%는 사실이라고 믿었다.
중고등학생 70.3%는 입시·진로·성적 등 학업 중심의 사회적 기대를 부담으로 느꼈으며 52.9%는 물질적 성공 기대에 대한 압박을 호소했다. 전문직·대기업 등 목표의 직업 기대(32.2%)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중고등학생이 불안이나 고민을 느끼는 사회 현상으로는 '묻지마·강력범죄'(50.9%)를 1위로 꼽았고, 이어 '정치적 갈등과 사회분열'(35.0%), '전쟁·국가안보'(32.8%), '기후 위기'(31.5%), '성범죄·디지털 성범죄'(31.2%)가 뒤따랐다. 지난 5년간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자살·자해 시도를 했던 위기 청소년은 3000명이 넘었다.
이에 전교조는 중·고등학생 삶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전교조는 "고교학점제 폐지와 내신 5등급제 재검토 및 절대평가 전환을 통해 과도한 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수행평가·시험 부담 완화와 9시 이후 등교 등으로 학생들의 수면권과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 학교 한 명의 전문상담교사를 넘어 학급 수에 비례한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교사의 행정 업무 경감과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을 통해 교사가 학생과의 신뢰 관계 속에서 돌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학교장은 단위 학교 내 폭력 총괄 책임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전담 기구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직접 수립·실행하며 교사는 학폭 의심 상황에 즉시 개입해 피해 학생을 신속히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삶과 행복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하고 부모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