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다주택자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다주택 금지’를 주장했던 그가 강남아파트 2채와 상가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난 데다 해명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지며 비판 여론이 거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시절 “헌법에 다주택 금지조항을 넣고 싶다”, “다주택자의 고위공직자 임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서울 강남에 2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상가도 2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130.89㎡(약 47평) 두 채를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보유 중이다. 2002년 매입 후 2019년 12월에 같은 아파트 내 한 채를 추가 매입했다. 한 채는 거주 중이고, 다른 한 채는 짐 보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아파트 두 채 외에도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 상가(112.05㎡), 서울 중구 오피스텔 상가(33.89㎡) 등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 명의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지(202.4㎡)도 소유하고 있다. 과거 ‘구로 농지사건’ 국가배상 소 송 승소 대가로 약 40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원장은 이번 국감에서 자신의 재산에 대해 “300억~400억원 사이”라고 언급했다.
이찬진 원장은 지난 21일 국감에서 “부동산 자금 쏠림을 경계하라며 금융권 개혁을 주문하고 있는 금감원장이 내로남불로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다주택을 한두 달 내에 정리할 것”, “정확히 말씀드리면 제 자녀에게 양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민의 법 감정의 잣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겠다”며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청년층의 박탈감을 자극했고, ‘아빠찬스’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원장은 논란을 의식, 지난 27일 종합국감에서 양도·증여하지 않고 처분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발언 과정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실거주 한 채를 정리하면 공간이 좁아져 고통이 있다”며 “그럼에도 공직자 신분을 고려해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처분하고 정리하겠다”고 해 또다시 불씨를 점화했다. 이 원장의 아파트 두채는 모두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로, 이 같은 발언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매매가도 논란이다. 이 원장이 거주 중인 우면대림아파트 47평형의 실거래가는 지난 8월까지 17억원선에 머물다 지난 9월 18억원, 18억2500만원으로 올랐다. 10·15 대책 후에는 22억대까지 시세가 올랐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당초 아파트 한 채를 20억원에 내놨다가 22억원으로 가격을 높였다. 이찬진 원장은 국감에서 이 의원의 질의를 받고 “중개인에게 시가로 해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20억원에 내놨는데 지금 22억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널A 보도에 따르면 해당 중개인은 “(이 원장 측이) ‘얼른 팔아주세요’라고 해서 ‘(급매가인) 20억원이면 되겠다’ 하고 매물을 올렸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 ‘그냥 시세대로 해달라’ 해서 2억원을 올렸다”고 말했다.
야권의 공세도 거세다. 이양수 의원은 지난 27일 국감에서 “한 달 전 이 아파트 시가가 18억원이었는데 한 달만에 그 동네 아파트가 4억원이 오른 것”이라며 “처음엔 안 팔고 싶어 그런 줄 알았는데 부동산에 확인했더니 실거래가가 그렇다더라. 10·15 부동산 대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원장은 지난 28일 아파트 매매가를 4억원 낮춰 18억원에 다시 내놨다. 중개인에게 연락해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가격을 낮춰서라도 무조건 빨리 팔아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이 부동산에 무조건 최대한 빨리 팔아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우면 대림아파트 130.89㎡의 매물 호가는 29일 현재 18억~27억원 선에 형성돼 있으며, 이 원장의 매물은 최저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