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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3주기' 정부 첫 공식 추모 행사…"진상규명 해달라"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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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3주기' 정부 첫 공식 추모 행사…"진상규명 해달라" 한 목소리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10.2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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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 3주기 기억식 열려
유가족 대표 "이제는 달라져야…진상 철저히 규명"
특조위원장 "진실 충실하게 밝혀 국민께 보고"
▲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북측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북측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정부의 첫 공식 추모 행사가 열렸다. 유가족들은 3년 전 그날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29일 오전 10시29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광장에서 행정안전부, 서울시와 공동으로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를 주제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을 열었다.

광화문 광장은 보라색 옷을 입고 모인 유가족들과 추운 날씨에도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찼다.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이 이날 기억식에 함께했다.

유가족 대표인 고(故) 이재현 군의 어머니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다면 159명의 희생자는 지금 우리 곁에서 각자 내일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뗐다.

송 위원장은 "참사 3년 만에 정부가 유가족과 시민들 곁에 섰다. 지난 3년간 우리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다"며 "정부가 함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것은 출발점이다. 오늘의 약속은 내일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송 위원장은 이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더 안전한 내일을 여는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며 "진정한 변화가 보여지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가 같은 길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도 "아픔의 치유는 평안한 일상의 회복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가족은 일상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피해자의 아픔과 슬픔도 3년 전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특별조사위원회는 총 251건에 대한 조사 개시를 결정해 자료 수집과 분석, 관련자 진술 조사, 현장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송기춘 위원장은 "그 진실을 충실하게 밝혀 곧 국민께 보고드리겠다"며 "진실의 세밀한 구석구석 찾아내는 힘은 작지 않을 것이다. 책임 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 정의와 희생자·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도 참사 당시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노르웨이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의 어머니 수잔나 에벤센은 "한밤 중에 연세대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스티네가 우리를 영원히 떠났다는 소식이었다"며 "당시 우리는 충격 속에서 완전히 마비됐다"고 그날을 떠올렸다.

아버지 에릭 에벤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빨리 스티네를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너무나 멀게 느껴졌고, 우리는 도움이 필요했다"고 당시 느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새 정부가, 그리고 진행 중인 조사 속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저희는 여전히 스티네와 친구들, 세상 너머 우리를 이어주는 사랑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문소리씨도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 안지호씨를 추모하며 무대에 올랐다. 문씨는 드라마 촬영 당시 스태프로 일하던 안씨와 6개월간 함께한 추억을 언급하며 입을 열었다.

문씨는 "제가 본 지호는 무척 똑똑하고 밝고 씩씩하고 예의도 바른 친구였다"고 했다. 이어 "촬영이 끝나고 복학해 의상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종종 소식을 전해왔는데, 그 다음 해 이태원에 갔다가 숨을 못 쉬고 결국…"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시 '아네스의 노래'를 낭송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시인 박소란의 추모시 낭독과 가수 안예은의 공연, 시민과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하는 추모 무대도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끊임없이 눈물을 훔쳤다. 오열하며 눈물을 쏟아내거나 '별들과 함께, 진실과 종이로'가 적힌 종이 팻말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시민대책회의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왜 공적 구조 활동이 지연됐고 정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유가족 호소를 외면하고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지, 이 질문의 답을 찾아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지키겠다"고 했다.

또 "특별조사위원회가 충분한 시간과 권한을 가지고 성역 없이 조사해 참사의 진상을 밝혀낼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며 "그날의 진실을 목격한 이들이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3주기 기억식은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 영상을 통해 "즐거워야 할 축제 현장이 한순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던 그날의 참상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날 국가는 없었다"며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다. 미흡했던 대응, 무책임한 회피, 충분하지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이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하나하나 바로 잡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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