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원 차단 안해” 진술…배터리 잔량 80%
소방점검 거부…장애시스템 647→709개 정정
정보 시스템 ‘이중화’ 미비…예산 문제도 도마에
李대통령 ‘냉부’ 출연…여야 공방 격화 가능성도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초유의 정부 전산망 마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2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행안위는 오는 14일 행안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올해 행안부 국감에서는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와 이로 인해 2주 넘게 지속되고 있는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정보 시스템은 대국민 서비스와 공무원 내부망 등 총 709개다. 이 중 정상화된 시스템은 전날 오후 9시 기준 248개로, 복구율은 35.0%다.
앞서 행안위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고 행안부와 국정자원,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화재 원인을 두고 총체적 인재(人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데다 전산망 복구도 여전히 30%대에 그치고 있어 국감에서도 관련 질의는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전반적인 관리 부실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는 5층 7-1 전산실에서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려다 불꽃이 튀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경찰은 배터리 분리 작업 당시 일부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작업자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선반 구조인 UPS 본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 전원 차단기는 내려졌지만, 내부의 배터리끼리 연결된 부속 전원은 끄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터리를 분리하면 합선이 발생해 화재 위험성이 커진다.
분리 작업 당시 배터리 잔량도 80%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업계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UPS용 리튬 배터리를 분리할 때에는 남은 전류를 방전시켜 충전 용량을 30% 이하로 낮춰 작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국정자원이 보안을 이유로 소방 당국의 화재안전조사를 거부했던 점도 재차 질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행안위 현안 질의에서 “보안을 이유로 전산실 공간이 (소방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은 맞다”면서도 “적절하지 않은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기에 배터리 이전 작업에 투입된 인력 규모 발표가 계속 바뀌거나 장애 시스템 개수가 당초 647개에서 709개로 정정된 부분을 놓고도 정부의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사고 직후 작업자 13명이 배터리를 교체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고 사흘 뒤에는 8명의 인력이 현장에 있었다고 했고, 이후에는 감리인 1명을 포함한 총 15명으로 현장 인력 규모를 추정했다.
화재 발생 2주 뒤인 지난 9일에는 장애 시스템 개수를 62개 늘어난 709개로 수정 발표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국정자원 내부 관리 시스템인 ‘엔탑스’(nTOPS)가 복구되면서 정확한 전체 장애 시스템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정부의 시스템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산망 마비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보 시스템 ‘이중화’ 미비와 관련 예산 문제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정부는 2023년 11월 발생한 행정 전산망 장애 이후 서비스가 중단 없이 가동되도록 이중화 체계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시범 사업에 머물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소관 부처인 행안부는 시범 사업을 이유로 지난해 스스로 관련 예산 삭감을 기획재정부와 행안위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행안위 국감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K-푸드 홍보 목적으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것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전산망 장애가 한창인 지난달 28일 녹화에 참여했다며 예능 촬영 시점을 문제 삼고 있다.
연휴 첫 날인 지난 3일 전산망 장애 업무를 담당해온 행안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서도 “밤샘 복구 지시와 대통령 면피용 닦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촬영 시점 전후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했다면서 “국가적 위기뿐만 아니라 ‘사망 공무원’마저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기 급급함에 침통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