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소환 통보하자 특검에 별다른 통보 없이 입원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로비 의혹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특별검사팀의 소환에 불응하던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줄다리기 끝에 17일 자진 출석했다. 특검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던 피의자 한 총재를 상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지난달 18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의 공소장에 한 총재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윤씨와 공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거를 지원하고 현안을 청탁했다는 조사 결과를 담았다. 특검은 한 총재에게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전날 구속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 측에 고가 선물을 건넨 의혹 등 윤씨 행적의 배경에 한 총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개 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한 총재는 지난달 31일 통일교 예배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이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사흘 만이었다.
특검은 한 총재에게 지난 8일 첫 출석을 통보했고, 한 총재는 이후 버티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시기 검찰 고위직 등 거물 전관들을 변호인단으로 선임하는가 하면 소환을 나흘 앞두고는 심장 시술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한 총재는 특검의 소환 통보를 받은 후 즉답 없이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 5일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이어 다시 특검이 11일에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 통보하자, 별다른 협의 없이 소환요구 전날인 10일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당시 통일교 측은 "(한 총재의) 건강이 회복되는 즉시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통일교 내부 일각에서는 한 총재의 건강상 추석 연후 직전인 30일까지 출석을 하지 못한다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한 총재를 15일 3차 소환했으나 통일교 측은 다시 불응했다.
그러면서 한 총재 측은 17일 또는 18일에 조사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특검에 전달했다. 특검은 날짜 조율은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통상 수사기관은 세 차례 합당한 이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피의자를 구인해 조사한다. 한 총재는 결국 전날 오후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통일교는 한 총재가 자진 출석한 이날 오전 입장을 내 "총재님은 지난 2015년 11월 서울성모병원 심장내과에서 심방세동, 심부전 등 질환이 발견돼 약물 치료를 받았다"며 추적 관리를 받아 오다 올해 8월 초 절제술을 받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냈다. 건강 악화로 예정됐던 진료였지 수사를 피할 의도가 아니라고 거듭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 총재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특검 조사를 유도하려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상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삼고 있지만 소환 통보 직전에 불응 의사를 통지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수사 일정을 통보하는 등 일반인 피의자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또 마지막 조사에 불응하면서 굳이 2~3일 뒤를 제시한 점도 체포영장 청구를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들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루 이틀 뒤 자진 출석하겠다는 피의자를 굳이 강제로 끌어 앉힐 실익은 없기 때문이다.
한 총재 측에서는 끝까지 종교탄압 논리를 내걸고 버텨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악화된 여론을 고려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논의가 최근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일단 한 총재가 자진 출석한 만큼 체포영장 청구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법과 원칙대로 한 총재의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그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를 '정교 유착' 의혹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만큼 이번 한 차례로 수사를 종결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