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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확장재정 전환에 소비 회복 성과…갈 길 먼 ‘진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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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확장재정 전환에 소비 회복 성과…갈 길 먼 ‘진짜 성장’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9.11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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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일성은 ‘경제’…3% ‘진짜 성장’ 목표 제시
경기 진작 총력전…성장 잠재력 확충 청사진 제시
728조 슈퍼 예산 편성하고 AI·혁신산업 집중 투자
소비·주식시장 회복 성과…물가·재정은 불안 요인
“지금 적자 내더라도 국가 발전 위해 과감히 투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지시사항은 ‘경제’였다. 지난 6월 4일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제점검 TF’를 소집했고, 정부는 약 2주 만에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놨다. 그만큼 정치적 불안과 통상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는 심각하게 위축돼 있었다.

과감한 재정 투입은 얼어붙은 내수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의 효과로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5% 늘어 2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나타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4로 전월대비 0.6포인트(p) 상승해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 상황은 엄중하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저성장이 경기 부진 때문 만은 아니다. 저성장·고령화와 기술·산업 경쟁력 약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크게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2%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경제가 급성질환과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상황에서 닻을 올린 이재명 정부는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단기적인 성장률 만을 높이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진짜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현 정부 내에서 잠재성장률을 반등시켜 3%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새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임명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을 우리 경제가 가야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멈춰선 성장 엔진을 복원하기 위한 밑그림인 ‘새 정부의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재정·세제·금융 등 정책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AI 대전환(AX)과 혁신 산업 분야에서 30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우리가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선박,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한 ‘피지컬 AI’를 육성할 계획이다.

또 신약심사, 납세관리 등을 시작으로 공공 부문 전 분야에 AI를 적용해 전 사회적인 AI 전환을 유도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SiC 전력반도체, LNG 화물창, 특수탄소강, K-푸드 등 ‘초혁신경제’ 프로젝트 과제들도 가동을 시작한다.

30대 선도 프로젝트 등 혁신 산업 육성을 위해 15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조성한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50조원 늘었다. 현재 운영 중인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에 민간 자금을 더해 펀드를 구성한다. 국민성장펀드는 AI 등 미래전략산업과 에너지 인프라, 관련 기술·벤처기업에 폭넓게 투자할 예정이다.

새로운 성장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재정 투자도 대폭 늘렸다.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72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54조7000억원(8.1%) 증액된 규모다. 역대 최초로 본예산 규모가 700조원을 넘었을 뿐 아니라 증가율은 2022년(8.9%) 이후 가장 높다.

국가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경제 성장을 견인할뿐 아니라 성장의 과실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게 새 정부 들어 달라진 정책 기조다. AI 대전환 등 초혁신경제에 투자되는 예산은 올해 51조원에서 내년 72조원으로 확대된다. 국민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 지역 균형발전, 사회 안전망 구축 등에 투입하는 예산은 144조원에서 175조원으로 늘렸다.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면서 과감한 정책 전환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생산과 소비, 설비투자는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트리플 플러스’를 기록했다. 소비는 전월 대비 2.5% 늘어 2023년 2월(6.1%)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폭을 나타냈다. 전산업생산은 5월(-1.2%) 역성장을 했다가 6월(1.5%)과 7월(0.3%)에는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7.9%나 늘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정부가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면서 통상 불확실성도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성장, 산업 육성 의지로 인해 주식시장에도 모처럼 만에 훈풍이 불었다. 새 정부 출범 직전 2698.97이던 코스피 지수는 10일 3314.53으로 100일 만에 23%나 올랐다.

하지만 경제 불안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가 올해 두 차례의 추경을 통해 35조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했지만 여전히 성장률은 1%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0.9%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8%로 전망했다. 추경 효과로 소비는 개선되겠지만 지방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투자는 올해 8.2%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가 물가와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SK텔레콤의 휴대전화 요금 할인 영향으로 1.7%에 그쳤지만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축산물(7.1%), 수산물(7.5%), 가공식품(4.2%), 외식(3.1%) 등이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7월 말부터 지급이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축산물과 외식 물가 등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전반적인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올 들어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시장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는 점도 걱정거리다.

올해부터 5년간 정부 총지출 규모는 연평균 5.5%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를 상회해 2026년 109조원에서 2029년 124조9000억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국가채무는 올해 말 1301조9000억원 수준에서 매년 100조원 이상씩 늘어 2029년 1788조9000억원을 기록할 예정이다. 2029년 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8.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균형 재정을 고집할 경우 성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이 성장을 견인하고, 다시 세수 확대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시점에서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출 증가율을 낮추면 의무지출만 해야하고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재량지출은 할 수 없다. 작년에는 목표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줄이는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4%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4%를 끌고가더라도 재원을 생산적인 부분에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초혁신경제 아이템에서 성과를 내 GDP가 커지면 오히려 우리가 추구하는 재정관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선택과 집중해야 할 부분에 과감하게 재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향후 재정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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