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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권력 감시 기능 훼손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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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권력 감시 기능 훼손 없어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9.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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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언론의 중과실만 인정되면 고의나 악의가 없더라도 배상 책임을 지우고, 배상액의 상한도 두지 않겠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른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개정안을 오는 9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허위보도에 따른 시민 피해구제를 강화한다는 명분이 아무리 옳아도, 언론의 권력 비판 보도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도 있는 만큼 정치·경제 권력이 ‘언론 입틀막’용으로 악용할 우려도 함께 직시해 합리적인 제도 설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시도했다가 보류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새 정부 출범 후 재추진하는 이유는 허위·왜곡 보도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커졌지만, 구제 절차나 피해 보상은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들 목도(目睹)한 바 있듯이 윤석열의 불법 계엄 이후 S모 매체는 지난 1월 16일 <[단독]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제하의 기사에서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과 미군이 공동작전을 통해 선거연수원에 있는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계엄 선포의 이유가 선거를 조작하는 간첩을 잡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사실 확인도 없이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과 미군이 공동작전을 통해 선거연수원에 있는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고, 극우세력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내란을 정당화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보도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피해 시민에 대한 구제수단을 강화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하며 바람직하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허위조작 보도’를 “허위 사실 또는 조작된 정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다중에 알리는 행위와 보도물”이라 규정하고 이를 인용하거나 매개(媒介)하는 때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언론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음을 추정케 하는 요건으로는 ▷언론사가 법원 자료 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 ▷오보 판명 후 정정 보도가 이뤄진 내용을 반복 보도했을 때, ▷오보 전후 피해자 등에게 금품 또는 정책 조치를 요구했을 때, ▷제목이 오보인데 본문엔 허위가 포함돼 있지 않음이 명백할 때, ▷오보 과정에서 반론 취재가 없었을 때(피해자 불응은 제외) 등이 제시됐다. 손해배상액은 ‘기본 손해액’ 개념을 도입해 기준으로 삼고 고의 정도, 파급력 등에 따라 몇 배씩 곱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다. 언론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수반한다. 언론의 힘과 영향력을 인정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선택이자 국가의 미래다. 당연히 언론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하기에 언론은 사회적 준엄한 책임을 지녀야 한다. 언론은 정론직필(正論直筆)의 공기로서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야만 한다.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포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의 자유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언론의 다양한 정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언론이 힘을 악용해 거짓 정보와 선동적인 언어를 통해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있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권력자일수록 비판·감시 보도를 ‘악의적 허위보도’로 몰아붙이는 것 또한 현실이다. 윤석열과 김건희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지난 정부의 검찰은 대선 후보 검증 보도를 명예훼손 사건으로 둔갑시켜 보도 기자와 언론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선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고 경찰 수사로 대응했다.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스스로 정권의 호위무사(護衛武士)가 돼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보도들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법원에서 ‘무죄’나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나기까지 거짓 협박과 강압 수사로 ‘입틀막’부터 하려는 시도였음은 주지(周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초(超)법적인 보도 대응은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 4단체는 시민 피해구제 확대란 법안 취지엔 찬성하지만, 권력자를 징벌적 손배청구 대상에 포함한 내용 등은 언론의 권력 감시를 약화시킬 우려를 낳는 만큼 밀어붙이기 대신 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언론 책임성 강화’라는 대의와 ‘권력 감시’ 문제는 분별해서 봐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할 정치·경제 권력으로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출직,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검찰 등 사정기관 종사자, 공공기관장, 대기업 임원 등을 지목한다. 나아가 보도의 진실성이나 고의·과실 여부의 입증책임(立證責任)을 언론에 지우는 것도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언론이 제기한 그 많은 ‘김건희 의혹’은 특검 수사를 통해 이제야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현실을 유의해 봐야 한다. 익명의 제보자 발언과 자료를 담은 공익 보도도 소송부터 걸고 언론에 입증책임을 묻는다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언론도 시민의 알 권리에 참여하고 복무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임을 명심해야 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시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깊은 논의와 진지한 숙의가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확산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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