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죽이는 정치 끝내는 균형추 역할 李가 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에 대해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건의했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 초청으로 진행된 여야 대표 오찬 회동 모두발언에서 “거부권은 야당의 입법만을 막기 위한 무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특검을 연장하거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법안이 대통령의 뜻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국민께서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법 질서에 맞지 않는 특별재판부가 강행된다면 권력 앞에서 누워 자는 척하는 사법부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검이 계속 야당을 탄압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결국 특검이 겨냥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고 민생일 수밖에 없다”며 “특검을 과거에 대한 청산이라고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어 이 점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특정 진영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달라.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되어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며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사망한다. 대통령이 균형추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취임 100일이 안 된 시점에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준 데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대표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100일이 안 됐는데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안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 대표는 “관세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와중에 조지아주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져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또 “북중러 위협 때문에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세심하게 살펴달라”고 말했다.
이어 “상법과 노란봉투법이 통과됐고, 중대재해처벌법의 강력한 적용을 말씀하시면서 건설 경기가 악화되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고용도 악화되고, 청년실업도 증가하고, 자영업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숨 쉬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코스피 5000도 허망한 부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9·7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수요자 욕구와는 거리가 먼 공급자 중심의 대책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는 최신형 핸드폰을 갖고 싶은데 공중전화를 계속 늘리면 수요와 맞지 않다고 표현하는 국민도 있다. 그런 점을 잘 살펴달라”고 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특정 집단을 위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조직 개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오찬 회동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 대표가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준태 비서실장과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민주당에서는 한민수 비서실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