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예술단, 묵호항 접안 만경봉 92호서 첫날밤
북한 예술단 140여명은 6일 뱃길로 남쪽으로 내려와 타고 온 만경봉 92호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있다.
7일 0시께 만경봉 92호는 선박 외부와 선실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선박 굴뚝에 크게 새겨진 인공기는 조명이 비춰져 낮만큼이나 잘 보인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파도도 잔잔해 파도 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다.
보수단체 시위대가 몰려와 한바탕 난리를 쳤던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고요해 폭풍 전야의 상황에 놓인 것만 같다.
만경봉 92호 주변에는 북한 선박과 북에서 온 손님들을 경호하기 위한 우리 정부 측 관계자들이 탄 차량과 경찰 차량의 경광등만이 요란하게 반짝거리고 있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 묵호해양사무소 경비실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30여명의 병력이 경비 근무를 서고 있다.
묵호해양사무소 접안 시설은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도록 펜스가 설치돼 있고 차량과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경비실이 운영되고 있다.
만경봉 92호는 이날 오전 9시50분께 동해 경계선을 통과해 8노트의 속도로 내려와 오후 4시53분께 강원 동해시 묵호항 내 동해지방해양수산청 묵호해양사무소 접안 시설로 들어와 닻을 내렸다.
첫날 리허설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은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접안 시설 육상에는 북한 예술단 단원들이 공연을 하게 될 강릉아트센터가 있는 강릉까지 타고 갈 버스 2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대한애국당 등 보수단체 150여명의 시위대는 관광버스 3대, 승합차 2대 등을 타고 와 이들의 입항에 맞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묵호해양사무소 경비실 앞 출입문이 닫히고 경찰 병력도 배치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북으로 꺼져라. 자유 대한민국은 휴전 중인 나라다. 종전국이 아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또 8절지 앞뒤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인공기 사진을 프린트하고 빨간색 테이프로 X표시를 한 것을 목에 걸고 다니며 북한 예술단 방문에 대해 격하게 분노감을 표출했다.
대한애국당은 승합차 바깥 위쪽에 확성기를 설치해 동해시 일대를 돌아다니며 "빨갱이들이 손을 잡고 배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동해시민 여러분 저희 나라가 제2의 6·25전쟁 공산당 정권에서 살고 싶습니까"라고 웅변했다.
민중당 강원도당을 비롯한 강원지역 진보단체 10여명은 "북한 예술단을 환영합니다. 민족도 하나 우리도 하나 예술단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2개 준비했다.
이들이 준비해 온 현수막을 펼치자 보수단체 시위대가 달려들어 빼앗고 "빨갱이들이다"라고 맹비난을 퍼붓었다.
이 과정에서 가벼운 충돌이 있었지만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정도로 부상자가 발생하는 상황까지 확대되진 않았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선발대 25명은 전날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강릉에 도착한 뒤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 준비를 했다.
북한 예술단은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한 8일 특별 공연에 앞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리허설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어 오는 11일 오후 7시 서울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선보이고 북으로 귀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