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감찰’ 의심받는 지방청에 ‘셀프 수사’ 맡긴 경찰청
지역사회 대표적 모범 경찰관이 상관 부조리 고발
광주경찰청이 감찰…‘품위 손상’등 이유 파면 조치
한 전직 경찰관이 지방경찰청의 표적 감찰로 부당하게 파면당했다며 감찰 관계자들을 고소한 사건을 경찰청이 바로 그 지방경찰청에 수사하라고 배당했다.
부당한 감찰·징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직에게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스스로 조사해서 판단토록 한 것인데, 이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셀프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강압적인 감찰을 받던 중 목숨을 끊은 ‘충북 여경 사건’이 경찰 조직 내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경찰청이 공정하고 투명한 감찰을 약속하며 최근 여러 개선책까지 내놓았지만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모 전 광주 북부경찰서 경위는 “표적 감찰과 허위 자료로 부당하게 파면당했다”며 현직 경찰관 2명을 허위공문서작성과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해 12월초 경찰청에 고소했다. 정 전 경위는 2008년부터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과 안전계 팀장으로 재직하던 중 2011년 광주청의 감찰을 받고 파면됐다.
감찰을 받기 전 정 전 경위는 국무총리·행정자치부장관·경찰청장·전남경찰청장·광주경찰청장 등 29개 기관장 표창을 받고 모범공무원에 선정된 경찰관으로 북부경찰서 내 ‘청렴선도그룹’ 회장을 맡기도 했다. 청렴선도그룹은 경찰청이 조직내부의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일선 경찰관서에 예산을 지원하는 경찰 내부 조직이다.
정 전 경위는 고소장에서 “청렴선도그룹 회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상부 비위를 문제삼고 당시 광주청장의 행실을 공개적으로 비판, 항명을 이유로 광주청으로부터 억울하게 표적 감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광주청 감찰과는 2011년 7월 정 전 경위를 상대로 한 감찰 조사에서 근무결락, 의경 폭행·모욕, 위계질서 문란 등 총 21건의 비위를 적발해 광주청 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했다.
광주청 수사2계는 징계사유 21건 중 8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했고 북부경찰서는 감찰 결과를 근거로 품위손상 등을 문제삼아 정 전 경위를 2011년 8월 파면했다.
검찰은 의경 폭행 등 5건을 무혐의 처분하고 간부 인사비리 관련 내부고발 1건, 의경 모욕 2건 등 3건만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의경 모욕 2건은 거짓 진술에 의한 무고로 드러났고 경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간부 비위 관련 글도 허위가 아닌 결과적으로 사실로 밝혀졌다.
정 전 경위는 A경감과 B경위가 북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근무 당시 징계위원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 “징계 사유 대부분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과장해서 작성해 징계위원회에 제출하고 위법한 징계를 받게 했다”며 경찰청에 감찰·징계의 부당성을 수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청 수사국은 이 고소사건을 광주청에 배당해 감찰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 등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두고 부당한 징계 처분의 근거가 된 표적 감찰 의혹이 제기된 지방청에 감찰의 적법성 여부를 수사하도록 한 건 ‘셀프 수사’나 다름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청 수사과 이의조사팀은 며칠 전 정 전 경위를 출석시켜 고소 경위와 내용 등을 확인했다. 정 전 경위는 재판에서 허위로 진술한 의경 1명에 대해 위증 혐의로 추가로 고소했다.
정 전 경위는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지휘부의 감찰권 남용으로 없는 죄를 만들고 서류를 조작해 위법한 징계를 내려 억울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청 관계자는 “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배당받아 최근 조사에 들어갔다”며 “조만간 감찰·징계 관련 기록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