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부풀리려 졸업생 '행정인턴' 마구 채용 '꼼수'
지난해 2월 지방의 한 국립대를 졸업한 뒤 취업 준비를 하던 이모(28)씨는 그해 3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씨가 졸업한 학과 사무실에서 평소 얼굴을 알고 지내던 조교로부터 온 전화였다. 조교는 이씨에게 "행정인턴을 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이씨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해 자리를 지키면 한 달에 90여만원을 준다는 말을 듣고 별다른 고민 없이 일을 시작했다.
이씨는 "사무 보조 일을 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취업 준비에 할애했다"며 "왜 일하러 와서 공부를 하냐고 묻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 였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하며 행정인턴 일을 하던 이씨는 취업한 졸업생으로 분류됐다. 행정인턴도 건강보험에 가입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각 대학 취업률을 산정할때 특정한 날을 기준으로 직장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는지의 여부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각 대학에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이씨와 같이 이름 뿐인 행정인턴을 채용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취업률 조작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소재 4년제 여자대학교의 교내취업자는 일반 4년제 대학교의 교내 취업자 수보다 많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1년 성신여자대학교의 교내 취업자수는 83명이다. 이는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돼 취업자로 분류된 906명의 9%에 해당하는 수치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교내 취업자는 주로 학사조교로 각 팀의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취업률을 부풀리기 위한 의도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시직 행정인턴은 수시 충원 형태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채용 한계 인원이 정해져있지 않아 악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여자대학교의 경우는 건강보험연계 취업자 762명 중 10%에 달하는 77명이 교내 취업자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관계자는 "취업률은 민감한 문제"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교내 취업자수의 비율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높아진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진주 경상대학교의 교내 취업자는 279명이다. 교내 취업자를 포함한 취업률은 55.1%로 대학 취업률 순위에서 49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교내 취업자를 제외한 취업률은 45.3%로 순위는 107위로 떨어진다.
부산 부경대학교의 경우에도 123명의 교내 취업자를 취업률 통계에서 제외하면 취업률 순위는 39위에서 48위로 떨어진다.
대구 계명대학교도 교내 취업자 324명을 제외하면 55위이던 취업률 순위가 92위로 떨어진다.
이같이 취업률 산정에 편법이 가능한 이유는 교과부의 허술한 취업률 조사 기준 때문이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간 취업률 산정 기준일인 6월1일에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된 사실만 확인되면 취업자로 인정해왔다"며 "대학들의 편법을 막기 위해 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대학들의 편법을 막기 위해 2012년 취업률을 산정할 때의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내취업자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 고용계약기간 1년 이상,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 지급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취업을 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기존 대학들의 취업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대구 계명대 관계자는 "고용계약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정해져 있던 지난해에도 290여명의 학내 인턴들 중 희망자에 한해 최대 1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며 "이번에 강화된 기준이 교내 취업자 고용 계획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학과 조교들이 보던 업무를 교내 행정인턴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는 행정의 효율성과 취업률 상승의 효과를 모두 고려한 조치"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률은 대학의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이같은 취업률 부풀리기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김임미 교수는 "취업률은 교과부 대학 평가 항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신입생 모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취업률이 대학의 생존과 직결돼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이란 곳이 취업을 위한 통과의례로 여겨지면서 대학 본연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며 "취업률 정도에 학과의 존폐가 달려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점점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