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남북회담 후속책 논의…트럼프 "北대화 열려있다"

트럼프 "남북대화 동안에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

2018-01-11     박경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적절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열려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오후 10시부터 30분간 이뤄진 정상통화에서 이같은 의견을 공유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번 정상통화는 지난 9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후속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대화 가능성 발언은 그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표현하고 "나는 더 크고 더 강력한 핵버튼이 있다"고 말하며 강경한 대북 기조를 이어온 것에서 상당부분 진전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적절한 시점과 상황'을 전제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는 추가 도발 중단을 비롯한 조건부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정상통화에서 "남북대화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북간 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며 향후 남북간 회담 진행상황을 긴밀히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내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기 바란다"고도 밝혀 관심을 모았다.

 두 정상은 "대화의 성공을 위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 4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상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검토설을 공식 부인하고, 남북대화 기간에 일체의 군사적 행동이 없을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남북 대화 분위기가 평창올림픽을 발판으로 북미 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자고 거듭 강조해왓다.
  
  이날 정상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고위급 회담을 설명하고 한미간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과 협력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통화에서 "남북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신년 기자회견에서 답변한 일화를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 데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공이 있다. 지금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했기 때문에 그 효과를 보인 것'이라고 말을 했는데 문 대통령이 생각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미국 측 고위대표단장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가족이 평창에 올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 한·미 정상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후 9번째다. 앞서 한·미 정상은 지난해 ▲5월10일 ▲8월7일 ▲9월1일 ▲9월4일 ▲9월17일 ▲11월29일 ▲11월30일, 새해 들어서는 지난 4일 통화했다.
 
  그동안 한·미 정상통화는 5월10일 문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를 제외하고 매번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과 그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새해 이뤄진 두차례 통화 모두 북한의 도발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