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 선거연합 판 깨지나?

2012-02-27     안호균 기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총선후보 연대협상이 양당 간 입장차로 결렬될 위기에 처했다.

사전에 설정한 협상 타결 시한(25일)을 넘겼고, 양당은 24일 이후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26일 그 동안의 협상 과정과 내용을 공개한 뒤 "현재 우리당 후보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크게 입어 협상 재개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협상에서 통합진보당은 지역간 합의를 존중키로 한 영남을 제외하고 수도권 10곳, 비수도권 10곳을 민주통합당에서 공천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관악을(이정희 공동대표 출마), 은평을(천호선 대변인 출마), 노원병(노회찬 공동대표 출마), 경기 일산 덕양갑(심상정 공동대표 출마) 등을 민주통합당 무공천지로 정하는 데는 의견 차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는 입장차가 상당하다. 통합진보당은 경기 성남 중원에서 양보를 받길 원하지만 민주통합당이 한국노총 전략공천 지역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통합진보당이 남구갑 전략공천을 원하는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인천 남동을 지역구를 대안으로 제시해 마찰이 발생했다.

분구될 가능성이 높은 경기 파주에서는 양당이 여당세가 약한 남쪽 지역구를 얻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민주통합당은 여주·가평·양평을 무공천 지역구로 제시했지만 통합진보당은 이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아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비수도권에서는 논의에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통합진보당은 호남 6곳, 충북 1곳, 충남 1곳, 대전 1곳, 강원 1곳 등 모두 10곳에서 민주통합당의 양보를 바라지만 민주통합당은 충남 예산·홍성 만을 무공천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민주통합당은 야권 연대가 실패할 경우 승산이 없거나 야권의 경쟁력이 약한 지역구를 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통합진보당은 어느 당 후보가 나서도 유리한 일부 지역구에서도 양보를 받아내길 원하는 셈이다.

7차례의 협상에서 양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자 통합진보당은 결국 결렬을 선언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열린 총선 후보자 전원대회에서 민주통합당에 대한 강한 불신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힘을 믿고 이 길을 헤쳐 나가야 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2012년 총선 승리를 통합진보당의 자력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결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지난 열흘간 민주당이 보인 태도는 대의에 대한 외면과 상식에 대한 거부라고 인식한다"며 "누구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데서 오는 비극적 상황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제 협상 실무자끼리의 만남은 무의미하다"며 "양당 대표가 만나 야권 연대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는 한 협상이 재개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진보당이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도 협상대표 간 회동에서는 더이상 입장차를 좁히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협상 과정과 내용을 공개한 만큼 여론이 지지하는 적정 수준에서 양당 대표가 합의를 이루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유력한 대안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반발에도 협상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서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타결에 이르지 못했으나 야권연대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일방적인 정치적 공세로 압박하는 것은 야권연대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