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출마자 ‘친문 행보’ 본격화…대통령 마케팅史 재현
대통령 지지율 70%대 고공행진에 ‘친문 경쟁’
70%대에 이르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면서 여당 출마 준비자들의 이른바 ‘문재인 마케팅’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친문 표심’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비문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문 대통령 인기의 후광을 얻기 위해 자신을 친문 후보로, 이미 친문으로 불렸던 후보는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할 ‘진문’(眞文)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서울시 출신 다수 인사가 청와대로 진출한 점과 현 정부가 서울시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의 경우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 계정 배경으로 설정했다. 박 의원은 4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의 전화통화 이후 자신의 SNS에 “대통령님의 선한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는 선한 리더십. 힘찬 박수를 보낸다”고 적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 중인 우상호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장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가진 큰 개혁방향을 서울시에서 성공시키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와의 공동보조를 강조하고 있다.
민병두 의원 역시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정해구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하는 등 친문과의 스킨십에 노력하고 있다.
충남지사 선거에서는 ‘친문’의 자격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양승조 의원은 5일 YTN 라디오에 출연, 경쟁자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운 점을 겨냥해 “우리 대통령님 쪽의 어떤 운동을 한 건 아니지 않냐. 청와대 대변인은 탕평차원에서 대변인의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친문 경쟁’에 불을 붙였다.
박 대변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제천 화재 희생자 조문 직후 “문 대통령의 숨소리에 울음이 묻어 있었다. 아니, 문 대통령은 분명 울고 계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전시장 선거를 두고 경쟁 관계에 놓인 박범계 의원과 이상민 의원도 ‘기싸움’ 중이다. 박 의원은 당 적폐청산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비문으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SNS 배경을 문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으로 바꾸는 등 친문과의 거리감을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 발생하는 ‘대통령 마케팅’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던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치러졌던 2016년 총선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던 대구·경북을 중심을 ‘진박(眞朴) 마케팅’이 유행했다. 당시 출마자들은 현수막이나 명함에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싣거나 출마선언문에 ‘진실한 사람’이라는 글귀를 넣어 충성 경쟁을 벌였다.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열린 2008년 총선에서도 출마 지역 뒤에 MB를 붙여 ‘○○MB’라고 자신을 각인시키는 ‘MB맨’들이 존재했다. 이들의 명함에는 ‘새로운 출발, 이명박과 함께’, ‘이명박의 동반자’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다만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 대운하 건설, 영어몰입 교육, 불통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해당 문구는 자취를 감췄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 달라”는 구호가 선거판을 휩쓸었다. 특히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 이후 당시 한나라당의 추격이 거세지자 김영춘, 김부겸, 송영길, 임종석 의원은 “서민의 아들,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 달라”며 사흘간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