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초대형IB 투자제한 권고” vs 업계 “현실성 결여”
금융투자업계 “규제 과도…막 닻 올린 초대형 IB에 찬물 끼얹을 수 있어”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신용공여 대상을 IB의 고유업무나 신생·혁신 기업으로 제한하고, 건전성을 은행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혁신위의 권고안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또 막 닻을 올린 초대형 IB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민간기구인 혁신위는 초대형 IB의 신용공여 대상을 지분투자,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IB의 고유기능이나 신생·혁신 기업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공개했다.
혁신위는 또 초대형 투자은행이 정상적인 발전 모습을 보일 때까지는 건전성 규제와 투자자 보호를 일반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혁신위는 “초대형 IB에게 기업대출을 포함해 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한 후 별도의 자기자본 확충 의무 없이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한 것은 비록 규모 제한을 두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감독강화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런 조치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은행업무 영위를 유인책으로 제시하는 것이어서 논리적 정합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혁신위의 권고안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초대형 IB 업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위가 사실상 은행권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들이 발행어음 사업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기업, 우량기업 등 안전한 곳으로만 투자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리스크가 매우 높은 신생, 혁신기업 쪽만으로 공여 대상을 원천적으로 제한함과 동시에 건전성은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매우 힘들고 IB, 기업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신생 기업에 신용공여를 주면 리스크 때문에 자본을 많이 충당해야 하는데 웬만한 강심장인 IB가 아닌 이상 이들에게 신용공여를 선뜻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신생, 혁신 기업 등에 대한 신용공여 비율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또 “초대형 IB가 정상적인 발전 모습을 보일 때까지라는 전제를 뒀지만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두는 것도 지나치다”며 “은행이야 대다수가 일반 국민인 예금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원금 보장 의무가 있지만 증권업계 자금은 투자의 형태로 들어온 것으로 아예 자금의 성격이 다르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은행과 같은 건전성 규제를 받으면 이제 갓 싹을 틔운 초대형 IB들의 성장모멘텀을 꺾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는 초대형 IB 간판을 단 지 겨우 한 달여가 지났다. 또 초대형 IB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 허용)는 한국투자증권만 인가를 받은 상태이다. 나머지 증권사 4곳은 대한 심사가 잇따라 보류 또는 지연되면서 연내 발행어음 2호 탄생이 무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혁신위의 이번 권고는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업무 인가가 은행 고유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본 은행권의 지적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대형 IB 사업에 증권사들이 지금 막 뛰어들어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러한 과도한 규제는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