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초대형 IB’ 차질 유상증자에 기대·우려 교차
7000억 유상증자 계획…내년 1분기 자기자본 8조 전망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보류됐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지만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을 잇따라 내놓았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5일 공정위 서면 자료 요청 등 조사로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고 발표했다. 자본시장법상 검찰청, 공정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의 조사·검사를 받을 경우 사업 인허가가 보류된다.
공정위가 이번에 미래에셋을 어떤 협의로 조사를 하는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오너 중심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의혹 등에 대해 전방위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어음 인가 심사 보류 소식을 공시한 날 미래에셋대우는 7000억원대 유상증자 계획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우선주 1억3084만200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는 내년 1분기에는 자기자본이 8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자기자본이 8조원이 되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IMA는 증권사가 개인 고객에게 예탁받은 자금을 통합해 운용하고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도록 만든 상품이다. 수익성은 물론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원금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은행 예금에 버금가는 안정성을 갖출 수 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달성을 목표 삼아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자본을 늘려왔다. 이에 대신증권은 미래에셋투자증권의 이번 유상증자 등으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대신증권의 투자의견은 현재 ‘매수’, 목표주가는 1만3000원이다.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대우의 유상증자에도 기업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미래에셋대우의 목표주가를 1만4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내렸다.
IBK투자증권도 이날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으나 목표주가를 기존 1만4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내렸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결정으로 인한 우선주 증자에 따른 기존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합병 후 위탁매매 및 자산관리 등 기존 두 회사가 갖고 있던 강점들이 내년 실적 개선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며 “또한 장기적으로 국내 1위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IMA 및 초대형 IB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며, 이번 증자로 추가 증자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점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날 미래에셋대우의 목표주가를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1500원으로 11.5% 하향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로 고수했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의 7000억원 유상증자는 자기자본 활용도 확대와 의결권 지배력 유지, 8조원 자본확충, IMA 추진 등 복잡한 셈법의 결과로 풀이된다”며 “재무재표 희석 효과와 자본력 프리미엄을 동시에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발행어음 업무인가 보류 등 지배구조를 둘러싼 최근 정책당국의 제제 강화 스탠스는 투자 심리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오전 10시 58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940원(9.04%) 내린 9460원에 거래됐다. 지난 15일에는 4.59% 하락 종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