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단일화’ 바람이 변수될까
김성태·홍문종 양강 구도 속 중립 단일화 움직임 본격화
친홍(친 홍준표)과 친박(친 박근혜)계 대결 양상으로 흐르던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양상이 소위 ‘중립지대’ 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 움직임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친홍계의 당선 시 사당화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친박계가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홍준표 대표와의 대립으로 내홍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에 당초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던 제3 후보군이 선거가 가까울수록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물밑 분위기에 따라 특정 지지세력 없이 흩어져 있던 중립지대 후보들도 서로 손을 잡으며 막판 표심 잡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재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친박계 홍문종(4선) 의원과 친홍계 김성태(3선)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당내 대체적 분석이다.
여기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심재철, 이주영(이상 5선), 조경태, 한선교(이상 4선) 의원과 친박계인 유기준(4선) 의원 등이 치고 올라가며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다.
다자구도 양상이 지속될 경우 확실한 지지 기반이 있는 홍, 김 의원의 우세가 전망되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일화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친홍도 친박도 안된다’는 당 내 기류가 어느정도 형성되면서 중립지대 의원들의 합종연횡이 시작되고 있어서다.
이주영 의원과 조경태 의원 그리고 나경원, 신상진 의원 등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당 중립의원 모임’을 가졌다.
약 50분 간의 회동 끝에 원내대표 선거 후보군이었던 나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신 의원도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나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당이 나라와 당에 대한 큰 그림보다 계파끼리 너무 뭉쳐 있는 것 같고, 사실 지난 보수정권이 실패한 주요 원인이 계파싸움에 있었음에도 그런 게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싸움이 아닌 통합으로 가야하고 당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의 장이 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미 중립지대에서 열심히하는 분들이 당을 이끌어 갈 수 있게, 통합을 할 수 있게 제가 다른 역할로 당 재건에 도움을 주려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이 향후 후보 단일화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 의원은 “확대 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면서도 “후보가 너무 많아 선택을 하지 못할수도 있으니 후보들끼리 많이 얘기를 나눠보고 같이 의견을 모아가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 특정 후보를 위한 단일화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의원의 중도 사퇴로 사실상 중립지대 후보군이 압축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자 다른 의원들의 단일화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3일 “사실 1일 모임에 함께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었다”며 “지역구 사정으로 첫 모임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 취지에 공감을 하고 있고 다음부터는 참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대표가 특정 후보를 강하게 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일화 쪽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며 “중립지역에서 시작해 범위를 더 확대해 나가면 단일화의 시너지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도 “원내대표 선거가 약 열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 비공개든 공개든 최대한 자주 모임을 가져 단일화 논의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새로운 한국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계파 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본인 스스로 계파에 속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있다면 누구든 중립 모임에 참여시켜 함께 단일화 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3지대 단일화가 성사돼도 결국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예측도 만만찮다. 일반 선거와는 달리 의원들이 투표권을 쥐고 있는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계파색을 지녀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당 내에서 대표와 일부 의원들이 막말을 주고 받으며 계파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의원들의 투표에서는 정치적 이념이나 도덕성 등의 요인 보다는 향후 내게 어떤 이득이 올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힘을 지닌 특정 계파 후보가 많은 표를 얻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다른 의원은 “계파가 없다는 건 정치판에서 그만큼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어정쩡한 후보에게 누가 표를 주겠나. 원내대표 선거에서 계파색 없이 무색무취하게 나온 후보가 완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