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공천' 강조한 새누리 현장면접…"짧은 시간 아쉬워"
새누리당의 사상 첫 공천 현장면접이 20일 실시된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광역시당.
이날 아침까지 다소 한산했던 당사 건물은 면접시작 시간인 오전 11시가 다가오자 예비후보들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기실이 이는 당사 5층에서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의 연장으로 명함을 돌리며 일일히 악수를 나누는 등 얼굴 알리기에 열심이었다.
특히 일부 후보들은 공직자후보추천심사위원들이 지나가자 옆에 바짝 붙어 인사를 하며 자신을 알리기도 했다.
이날 면접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공천신청자 17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새누리당은 쇄신 작업에 걸맞게 '눈높이 공천'을 실시하는데 애를 썼다.
면접장에는 10명의 공천위원들과 후보자들이 앉을 접이식 의자들을 테이블 없이 원형으로 둘러 놓았다.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좌담회 형태로 면접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공천위원들과 후보자들의 의자를 같은 높이로 배치해 놓은 것도 눈높이 면접의 일환이었다. 면접장 입구에서 예비후보들에게 원두커피를 나눠줘 '티타임'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면접 시간이 다가 오자 공천위원들에게는 공천 신청자들의 신상명세서와 평가서가 제공됐다. 평가서에는 후보자 성명과 연령, 간단한 경력이 기술돼 있었는데 평가란에는 별도 항목없이 자유기술토록 했다.
또 후보자들의 신상명세서에는 입당 시기와 과거경력, 벌금 또는 징역형 여부 등 과거행적이 꼼꼼히 기재돼 있었다.
면접은 부산 중구·동구를 시작으로 지역구별로 전체 후보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집단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보자 수와 상관없이 지역구당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어진 탓에 공천위원들은 출마의 변과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유, 자신의 경쟁력을 모두 묶어 1~2분내로 후보들에게 답하라고 요구했다.
답변이 예정보다 길어질 경우 "짧게 하라"며 말을 끊기도 했다고 후보자들은 전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면접시작전 기자회견에서 "공천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었다"며 "대신 가장 함축되고 집약적인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면접은 예정시간인 지역구당 10분을 넘겨 다소 길게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2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오전 면접은 부산 지역 6개 지역구만 소화하는데 그쳤다. 지역구당 20분 가량 소요된 셈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 후보자들은 시간이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산 중구·동구에 공천을 신청한 현영희 후보는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아 아쉬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1분 안에 요약정리하라고 하니까 많이들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부산 진구을에 출마한 이수원 후보도 "시간이 짧아 자신의 경쟁력 부분은 말을 한 마디도 못했다"며 "워낙 많은 분들을 심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짧았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눈높이 면접에 대한 새누리당의 준비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체로 많았다.
부산 남구을에 공천을 신청한 이규헌 후보는 "자연스레 눈높이에 맞춰서 자유롭게 공천위원들이 노력한 것을 느꼈다"며 "후보들이 긴장을 풀고 최대한 편하게 면접에 임하게 해줘 좋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촉박한 시간 탓에 현장면접이 요식행위에 그치게 됐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후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후보는 "새누리당이 새롭게 시작하고 국민 눈높이 맞추려 한다면 PK(부산·경남)가 최고 격전지인데 하고픈 말은 다 할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준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질문도 없어 빨리빨리 끝내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18대 총선을 위한 공천면접 경력이 있다는 다른 후보는 "공천위원들이 얼마나 자료를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질문들이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며 "국민에게 다가 가려면 공천 면접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공천위원들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것 말고 바뀐게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공천위원들은 과거 벌금형 전력이나 허위 학·경력기재 등 일부 문제가 발견된 후보들에 대해선 비공개로 추가 면접을 실시하거나 소명자료를 즉석에서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