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에 비상걸린 재계
30일 금통위 금리인상 여부가 분수령 될 듯
현대車·삼성電 등 "환 위험 노출…헷지 등 대응"
재계가 환율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최근 넉달 사이 원화가 달러에 비해 70원가량 오른데다, 오는 30일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더욱 가빠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화가 강세(환율하락)를 띠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가격이 올라 국제무대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반대면 가격경쟁력이 생겨 펄펄 날게 된다.
기업마다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환차손이 막대한 만큼 다양한 환헷지 시나리오를 점검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085.4원)보다 0.4원 내린 1085원으로 출발했다. 지난 7월초까지만 해도 1150원대(7월6일 1157.4원)였던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원화강세)했다. 4개월여만에 환율이 6% 넘게 하락하면서 재계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에서 바닥을 다지는 양상을 나타내 왔다. 하지만 오는 30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따라 환율 흐름이 한차례 더 출렁일 전망이다. 금통위가 기준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국내 시장의 외화유입이 증가하며 환율이 더욱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의존도가 높고 일본과의 경합도가 큰 자동차·가전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들의 영업이익이 과거 원화 절상 기간 동안 하락세를 나타내왔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환율하락 1기(2002~2007)에는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7.2%에서 5.5%로 하락했고, 3기(2013~2014년)에는 5.3%에서 4.2%로 하락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원·달러 환율과 제조업 영업이익률의 상관관계는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수출비중이 높고 원자재 투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운송장비(-4.0%), 전기전자(-3.0%), 기계장비(-2.8%) 등이 영업이익 측면에서 큰 피해를 입는다. 반면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석유·석탄(3.7%), 목재·종이(0.7%), 음식료품(0.6%) 산업 등은 원자재 수입금액이 감소해 영업이익이 증가한다.
무협이 지난 9일 실시한 원화절상 관련 업종별 간담회 결과에서도 자동차·가전·기계업계의 우려가 컸다.
자동차업계는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아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공시한 3분기 보고서에서 "회사는 환율과 이자율의 변동으로 인한 금융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자율과 외환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파생상품계약 등을 체결하여 위험회피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화선도, 통화옵션, 통화스왑 등의 외환파생상품을 헷지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전업계 역시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계업계도 일본, 중국 등과의 경합도가 높아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3분기 보고서에서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입 등 경상거래 및 예금, 차입 등의 자금거래를 현지통화로 하거나 입금·지출 통화를 일치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환포지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전 세계적으로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있어 다양한 통화의 환율변동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환율 변동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손익 변동을 최소화 함으로써 안정적인 사업 운영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를 우선적으로 일치시켜 외환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고, 잔여 위험에 대해서는 파생상품 등을 활용하고 있다"며 "매월 외환위험의 변동과 헷지 결과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협은 "최근 수출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국에 비해 과도한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출 호조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므로 정부와 기업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환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을 통한 품질 경쟁력 강화 등 체질 강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으로 당국 시장 개입이 제약을 받고 있지만 원화 가치 상승은 절상 수준보다 속도가 중요하므로 속도가 과도하게 빨라질 경우 정책 차원의 일시적·부분적 개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