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갈등 끝에 ‘박근혜 국정원’ 포함 특검법 제출

홍 “최경환, 특검법 뒤에 숨어 수사 안 응하는 건 잘못”
정우택 “특정인·특정의원을 상대로 내는 게 아니야”

2017-11-27     박경순 기자
▲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환 의원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27일 최경환 의원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포함해 특검 법안을 제출했다. 

그간 특검 대상 범위를 놓고 홍준표 대표가 최경환 의원의 연루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사건과의 분리를 시사하는 등 당내 갈등이 있었다. 

홍 대표는 이날 ‘최 의원이 당당하게 검찰수사를 받아야한다’는 단서를 달고 박근혜 정부시절 국정원을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국가 권력기관의 특활비 불법사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 제출을 의결했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국가 권력기관의 특활비 불법사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병행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또 특검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는 검찰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의총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특활비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대상은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다”라며 “현재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활비 수사를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지 수사 물 타기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DJ,노무현 전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사건만을 넣는 것이지 최경환 의원이 조사를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특활비 특검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홍 대표가 특검 대상 범위에 이견을 제시하자 당내에선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정부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최 의원은 현재 28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의원은 24일 의총에 참석해 직접 연단에서 억울함을 표현하며 검찰 소환 불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이날 의총에 참석해 “이번 문제로 당에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혼자서는 감당하기에는 억울할 정도로 (검찰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제가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 특검법을 발의한다든지 (제가)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장치를 빨리 당에서 만들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 의원을 지지하기 위한 박근혜 정부 국정원 특활비를 특검에 넣어야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점했다. 하지만 홍 대표가 선긋기에 나서면서 당내 친홍(친 홍준표)계와 친박간 갈등이 재점화 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27일 최고위에서도 박근혜 시절 국정원 특활비 문제를 포함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특검법안 제출로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사정수사 문턱이 돼선 안 된다”며 “최 의원의 경우에는 동대구역에서 할복하겠다는 것처럼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만큼 특검법 뒤에 숨어서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장제원 대변인이 전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시절 국정원 특활비가 특검대상에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들어간다”며 “특검법을 특정인이나 특정의원을 상대로 내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과 법무부의 특활비 문제를 전반적으로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교일 당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국가정보원 및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 유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당 의원 113명이 발의한 이 법률안에는 “국정원의 특활비 논란이 확대되고 있고 법무부도 검찰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찰은 위 특활비 불법사용 의혹 등에 대하여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의 특활비 불법사용 의혹 및 관련 인사만을 겨냥한 수사를 하고 있어 형평성과 중립성에 대하여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