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7살 여아 장기 7개 동시 이식 성공…김대연 교수팀

2012-02-17     서민지기자

7살 은서는 음식물의 소화기능이 거의 없어 먹은 것을 거의 다 토해버리고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희귀병에 걸렸다.

이는 만성 장 가성 폐색 증후군(만성장폐색증후군)으로 그동안 은서는 영양제 수액을 통해서만 영양보충을 해왔다.

17일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소와외과 김대연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2일 만성장폐색증후군으로 6년간 투병 생활을 해온 조은서(7ㆍ여)양에게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복강 내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소화기계 장기 7개를 동시에 이식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사람은 음식물을 섭취한 후 활발한 장운동을 통해 음식을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한다.

하지만 만성장폐색증후군 환자는 장의 운동 자체가 없어 음식을 먹어도 다 토하고 칼로리의 30%정도 밖에 흡수하지 못해 몸에 필요한 영양분 70%를 주사제로 보충해야 한다.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며, 전국에 환자가 10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는 1년 생존율이 87%, 4년 생존율이 70%로 보고됐으며,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완치 방법이다.

조 양은 지난 2005년 미숙아로 태어나 만성장폐색증으로 진행돼 4살이 채 되기 전에 꼬인 위를 원상복귀 시켜주는 위염전 수술을 받았고, 이후 추가적인 수술에도 장 폐색과 몸 속 전해질 불균형, 염증 등으로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수술 전 은서는 "저도 친구들처럼 햄버거를 맘껏 먹고 싶어요"라는 소소한 소원을 빌 정도로 기본적인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소화 장기 대부분의 기능 손실은 물론 간 손상까지 입게 돼 장기 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임을 판단한 김대연 교수는 지난해 10월12일 조 양과 비슷한 나이의 뇌사자로부터 장기이식이 가능하다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판정을 받았다.

간이식및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가 직접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했고, 긴 투병 기간 동안 상당히 손상된 조 양의 복강 내 장기들을 하나씩 떼어낸 후 수술 준비를 끝낸 김대연 교수가 장기별로 이식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3개 이상의 복강 내 동시 장기 이식에 성공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복강 내 다장기이식은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김대연 교수는 "소아 장기이식은 혈액형, 장기의 크기 등의 문제로 성인 장기이식보다 훨씬 어렵고 성공할 확률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조양의 경우 장기를 기증한 소아 뇌사자와 많은 부분이 적합했다"고 말했다.

총 9시간의 수술 끝에 조 양은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집중 치료를 받은 조 양은 수술 후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또한 9일 째부터 위루관을 통한 음식 섭취가 가능해졌고, 20일 후에는 입으로 죽을 먹기 시작했으며 한 달 뒤에는 영양주사를 끊고 식사로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조 양의 어머니 김영아(33ㆍ여)씨는 "천천히 밥 먹는 연습을 하면서 다시 건강한 웃음을 찾은 은서의 모습이 꿈만 같다"며 "그동안 치료와 수술을 해 주신 김대연 교수님과 의료진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생존 확률이 낮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완치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수술결과"라며 "간이식의 세계적인 대가인 이승규 교수의 지도하에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가진 장기이식팀의 역량과 협력이 중요한 성공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술 후 밤낮없이 은서의 회복을 위해 힘쓴 의료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은서는 늘 햄버거를 먹는 것이나 동년배 다른 아이들과 같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는 것을 꿈꾸던 아이였다"며 "그러한 은서의 소박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 것이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