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투자문의 ‘뚝’…숨죽인 부동산 시장
금리 인상·입주 물량 폭탄 등 원인 심화 예상
“8·2대책 이후 사실상 거래가 중단된 상황인데 정부가 대출까지 옥죄면서 아마 내년부터는 거래절벽이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반포 주공 인근 공인중개소)
정부가 지난 24일 가계 부채 대책을 내놓자 부동산 시장도 심리적 위축이 커질지 우려하는 모양새다.
가계 부채 대책 이외에도 내년부터 금리 인상, 입주 물량 폭탄,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등 추가 이슈가 터지면 본격적으로 시장이 조정 받아 거래 절벽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소는 “그나마 있던 거래 문의도 가계 대책 발표 이후 크게 줄었다”면서 “사실상 실수요자 이외에 투자 목적의 다주택자들은 더 이상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포동의 공인중개업소도 “8·2 대책 때 이미 이야기가 나온 것들이라 크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투자자들도 현재 움직이기 보단 시장 상황을 봐야겠다는 생각인 거 같다”면서 “국토부가 다음 달에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는 것을 보고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내년부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DTI는 은행에 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금까지는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신규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기존 대출의 원금은 빼고 이자 상환액만 합산했다.
하지만 신 DTI는 기존 대출의 이자 뿐 아니라 원금까지 포함해 계산하게 된다. 실거주 목적 외에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다주택자의 경우는 추가 대출을 막아 돈줄을 봉쇄하겠다는 정책이다. 이에 투기 수요가 많은 강남의 경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강남의 경우 8·2대책 이후 조합원지위양도가 불가능해 거래가 크게 줄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분양 당첨자의 5년 재당첨 금지도 24일부터 시행 중이다. 또 내년 1월24일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조합원 지위양도도 금지된다.
다만 일부 지위 양도가 가능한 물건도 있지만 대출 규제 정책이 나오면서 투자자들도 흔쾌히 발을 들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반면 강남권의 경우 자금이 많이 필요한 곳이고 대출 규제와 상관없이 투자가 가능한 수요가 있는 곳이라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히려 이번 대책으로 인해 강남으로 진입하려던 중산층이 피해를 봤다는 시각도 있다. 또 강남 불패가 더욱 견고해지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내년 1월 대출 규제 이전에 시장에 뛰어들려는 수요도 있어 풍선 효과도 우려된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내년 1월부터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서는 올해 안에 매매를 할지 내년에 매매를 할지 고민이 커질 듯”이라면서 “이미 8·2대책이 시장에 반영된 사태라 이번 대출규제 발표로 가격이 크게 하락하거나 흔들리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강북의 경우는 이번 대출 규제 압박이 집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내집 마련에 부담을 느끼거나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젊은 층들은 전세나 월세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소는 “아무리 실수요자를 위한 방안이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내년부터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냐”라면서 “지역별로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 싸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