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무협 회장 “사임, 협회에 도움된다고 판단”
24일 개최된 무역협회 이사회서 사임 의사 표명…사임서 제출해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24일 “최근 정부가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고 임기 만료 이전이라도 사임을 하는 것이 협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김인호 회장은 이날 오후 무역센터 트레이드타워 5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무협 회장의 선·퇴임은 민법의 규정과 정관이 정하는 절차에 의한다. 이런 절차로 선출돼 회장의 중책을 맡은 사람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조기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정권에서도 회장직을 계속 수행한 이유에 대해 “새 정부의 수립과 함께 시간이 경과하면서 회장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 지 깊이 고민해왔다”며 “새정부의 정책방향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 간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됐고 이런 차이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협회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직에 있을 때나 정부 밖에서나 정부를 위해 일을 했지 정권을 위해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정권이 변경됐다고 사임하는 것은 기본적인 생각에 맞지 않아 그동안 사임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순수 민간 경제단체인 무협 회장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퇴임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전통을 스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회장의 무거운 짐을 하루라도 빨리 내려놓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역대 정부가 무협 회장 선출 과정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온 점에 대해 쓴 소리를 날렸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역대 정부는 무협 회장의 선임 과정에서 적정 인물을 추천해왔고 이것이 실질적으로 회장 선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의사 표시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이며 관행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정부의 의사가 회장단 논의 이후의 공식 선임 과정에서 충분히 존중된 이유는 그만큼 역대 정부가 회장으로서 적절한 자격 요건을 갖춘 훌륭한 인사들을 추천했기 때문”이라며 “협회의 기능 수행에 있어서 정부와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협회와 정부에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기 무협 회장 선출과 관련해서는 “향후 무협이 회장 선임에 있어서 기존 관행대로 할 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회장 적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제도와 절차를 발전시킬 지 등은 회장단과 이사회가 앞으로 숙고 결정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협에 있어서 회장의 기능과 역할, 정부와의 관계 다른 경제단체와의 차별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경제 전반, 산업과 기업, 무역과 통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 그리고 경험과 경륜을 가진 인사가 후임 회장을 맡아 협회를 이끌기를 희망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특히 “우선 회장의 선임과정에서 협외의 연혁 기능솨 역할을 감안할 때 적정한 수준에서 정부와의 협조는 필요하다”면서도 “정부는 과거의 선례를 존중해 무협이 회장으로 선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인물, 협회의 전폭적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인사를 선정, 추천하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회장 선임의 법적, 제도적 책임을 지고 있는 협회의 각급 기관도 책임 의식을 가지고 회장으로서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춘 인사가 후임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무협이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단체로 본연의 기능과 역할과 사명을 다하면서 성장과 발전을 지속해 가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무역협회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표명, 사임서를 제출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말까지로 예정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