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테일 시대 도래…국내는 발묶여
국내 대기업들, 규제 이슈 등 투자 결정 발목 잡혀
4차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유통업계가 이른바 ‘디지털 리테일 시대’를 맞아 지각변동 중인 가운데,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은 커녕 규제 이슈 등 정책 불확실성 탓에 대규모 투자 결정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온·오프라인 매장의 경계와 쇼핑의 국경마저 사라지면서 아마존 등 강력한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자들이 다가오고 있으나 정부가 복합쇼핑몰 등 의무휴업 확대 등 정책적 효과가 불확실한 구시대적의 시각으로 유통업에 접근해 미래지향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메리츠종금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리테일 시장의 화두는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출이다.
이는 온라인의 성장세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 내 소비의 80%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 1월부터 무인매장 ‘아마존고(Amazon Go)를 오픈했고, 8월에는 오프라인 유통채널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인수했다.
또 상품 배송을 먼저 받고 고른 다음 무료로 반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워드로브(Amazon Prime Wardrobe)’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제 O2O(Online to Offline)에서 O4O(Online for Offline)로 패러다임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리테일 시장에서는 이미 IoT기술 등을 활용한 ‘인스토어 애널리틱스’(In-store Analytics)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개인화된 마케팅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뉴욕의 나이키 매장에서는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제품을 인식하고 체험을 하는 매장으로 변하고 있고, 좀 더 상상을 해본다면 레스토랑에서는 3D 프린팅으로 음식이 세팅되고 VR기기를 통해 집에서도 쇼핑센터에 있는 것처럼 쇼핑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 도래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컨설팅그룹 AT커니(Kearney)는 고객 접점이 기존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미디어 채널’을 거쳐 결국은 집에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한 ‘홈 채널’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마존은 자사의 웹서비스(AWS)라는 클라우딩 컴퓨터 기법을 발전시켜 단순히 서버, 스토리지 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고 영상과 영상간의 비교 분석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같은 인텔리전스 리테일링(Inteligence Retailing) 기법을 통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구현하고 있으며 경쟁자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양 연구원은 “아마존의 인텔리전스 리테일링은 인공지능(AI)와 IoT 기술로 선제적인 자동구매 및 추천이 가능 한 ‘노력이 불필요한(Zero Effort) 쇼핑’을 지원하는 수준의 진화가 예상된다”면서 “정부 규제보다도 더 무서운 근본적인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강력한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 자들이 다가오고 있는데 구시대의 시각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 상품, 소비문화 등 과거의 장벽은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화된 외국 유통기업에게는 더이상 장벽이 되지 않는다”면서 “향후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기업과의 경쟁은 예전과 다른 새로운 형태·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은 글로벌 기업도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유통의 혁신에 능동적 대응 필요하다”면서 “개별 기업의 투자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IT나 유통 등 업종간 융합 및 비즈니스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