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변동금리 60%…부담 커져

변동금리 대출, 이자율 낮지만 금리 인상기 상환 부담 높아져 위험

2017-09-17     박경순 기자

최근 고정금리의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변동금리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3년간 정부의 고정금리 대출 확대 정책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하려는 시장 수요가 맞물리면서 고정금리 비중이 크게 늘었던 것과는 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변동금리는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반면 고정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대출자들의 변동금리 선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수요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어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평균 40.3%로 지난해 평균치인 49.3%보다 9%p 떨어졌다. 고정금리 비중은 2014년 평균 39.8%에서 2015년 48.1%, 2016년 49.3%로 지난해까지 2년간 크게 늘었다가 올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장 큰 이유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상품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자가 더 싼 변동금리를 택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5곳의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는 지난달 기준 최저 연 3.06%~최고 연 4.77%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변동금리는 연 2.70%~4.34%로 약 0.36%p~0.43%p 더 낮았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로 1억5000만원을 빌릴 경우 고정금리일 때에는 이자로 월 45만원을 내야하지만, 변동금리로 받으면 33만7500원을 내면 돼 이자 부담이 더 적은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고정금리 대출 수요를 줄인 영향도 있어 보인다. 고정금리의 오름세가 뚜렷해진데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고정금리 대출인 ‘적격대출’을 포함시킬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리스크 관리 부담이 큰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대출을 선호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딱히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릴 요인이 없는 셈이다. 

이렇게 대출 수요자들과 공급자인 은행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이자율 상승 위험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상한 도입’이라는 보고서에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은행 위주로 형성돼있는 데다 소비자들도 이자율 변동 위험을 낮게 평가하면서 주택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감으로 변동금리를 택하고 있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줄어드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정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AAA) 등의 시중금리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변동금리를 택하는 수요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금리인상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3년 이상 자금을 빌릴 계획이라면 고정금리를 택하는게 낫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변규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자산관리컨설팅팀장은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면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2년간 사용할 단기 자금인 경우에는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겠지만, 대출 기간이 3년 이상 넘어가는 장기 자금으로 쓸 때에는 고정금리를 택하는게 유리하다”라고 말했다.